[도청도설] 밀면은 빠졌네

강필희 기자 2024. 2.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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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취재에서 제일 까다로운 대목이 식당 선정의 공정성이다.

유독 이곳이 뽑힌 이유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여행객을 위한 관광지와 식당을 소개하다 어느 새 세계 맛집 기준이 되어버렸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평가단 면면이나 활동을 비밀에 부친다는 원칙은 수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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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취재에서 제일 까다로운 대목이 식당 선정의 공정성이다. 유독 이곳이 뽑힌 이유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와 사장이 무슨 관계인지 사람들은 늘 의심한다. 핵심은 역시 음식맛이다. “맛있다”는 표현 자체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주인장이나 주방장 컨디션에 따라 서비스와 맛이 실제 변하기도 한다. 손맛이 절대적인 한식은 더욱 그렇다. “맛집이라 해서 갔더니 형편없더라.”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릴까 가장 무섭다.


미쉐린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다.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여행 안내서가 미쉐린 가이드다. 자동차 여행객을 위한 관광지와 식당을 소개하다 어느 새 세계 맛집 기준이 되어버렸다. 미쉐린의 평가 방식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있다. 평가단은 미쉐린 직원이 대부분이지만 외부 혹은 현지인이 참여한다는 말도 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평가단 면면이나 활동을 비밀에 부친다는 원칙은 수긍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미쉐린 인증에는 항상 편향성 논란이 따른다.

한국에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판 미쉐린 가이드 명단이 최근 발표됐다. 최고등급인 별 세 개와 두 개는 없고, 별 한 개가 3곳이다. 업력 5년 안팎의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바로 아래 단계인 ‘빕 그루망’은 15곳으로 한식 6곳, 양식과 일식 각 3곳, 대만식 2곳, 태국식 1곳이 뽑혔다. 맨 아래 단계 ‘셀렉티드 레스토랑’ 25곳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양식이 11곳으로 가장 많고 한식(6곳), 일식과 중식(각 4곳)이 뒤따른다. 전체 43개 식당에서 부산의 대표 소울푸드인 돼지국밥은 3곳(빕 구르망 2곳, 셀렉티드 레스토랑 1곳)이 포함됐지만, 밀면은 빠졌다. 연산동 칼국수 집이 셀렉티드 레스토랑에 꼽힌 게 그나마 반가웠다.

부산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 “동양 최대 쇼핑몰이 있다”고 자랑해봤자 큰 호응을 못 얻는다. 실제로 서면 남포동의 지하상가나 스트리트 패션 거리가 훨씬 인기 있다. 식당은 더 말할 것 없다. 온천장 범일동 보수동의 재래시장이나 뒷골목을 헤맬지언정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지는 순간부터 현지인들에게는 외면받는 식당이 꽤 있다. 가격은 오르고 맛은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부산 토박이인 기자가 수십년 드나든 소곱창 대구탕 생선구이 집은 이번 미쉐린 레이다망에 다행히(?) 걸리지 않았다. 미쉐린 별점수보다 줄 설 필요 없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단골들에겐 어쩌면 더 소중할 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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