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산 그리고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2024. 2.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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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우리나라는 산악국가다. 우리나라에는 높이 100m 이상의 산으로 등록된 산만 국립지리원 통계에 의하면 4400여 개이다. 물론 이것은 남쪽에 한정해서이다. 그 중에서 1000m가 넘는 산은 제주도 한라산(1950m)에서 전북 진안의 구봉산(1002m)까지 147개가 있다.

주말이면 시골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울주군과 경주 산내면 경계인 외항재를 지나가는데 언제부터인가 외지에서 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교통이 굉장히 혼잡스럽다. 그곳이 최단거리로 고헌산을 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울주군에서 소위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9개 봉우리를 다 오르고 울주군이 관리하는 앱에 사진을 등록하면 9개 봉우리를 완등한 사람에게 순번으로 3만 번째까지 은으로 만든 기념 메달과 인증서를 주고 3만 명 이후는 인증서만 주는 이벤트를 하면서 전국에서 이곳을 등산하기 위해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많은 사람이 산을 찾고 있다. 문복산은 주차하기도 불편하고 마을 사람의 진정이 끊이질 않아, 그리고 산 자체가 울주군과는 동떨어져 있어 작년부터는 8개 봉우리로 줄였다고 한다. 소위 ‘영알 8봉’이라 함은 가지산(1241m), 재약산 사자봉(1189m), 운문산(1188m), 신불산(1159m), 재약산 수미봉(1108m), 취서산(1081m), 간월산(1069m), 고헌산(1034m)이다.

많은 사람을 산으로 가게끔 동기부여를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등산이라는 것 또한 순위를 가리는 다른 스포츠와 같이 경쟁적으로 산을 오르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호사가들은 누가 빠르게 올랐는가, 누가 처음으로 올랐느냐 하는 기록을 좋아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 기록된다.

등산의 기본정신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행위다. 스포츠와는 달리 등산은 심판과 규칙, 승패와 관객 없이 자신만이 자신을 판정한다. 등산은 무상(無償)의 행위, 즉 등산은 자기 과시가 아니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다. 등산가는 산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로 대자연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시민권에는 특권과 보답이 있지만 책임과 의무 또한 따른다고 말한다.

금정산을 누가 처음 올랐느냐는 아무도 모르고 관심이 없다. 그러나 히말라야에 있는 8000m 이상의 14좌(지구상 8000m 이상의 봉우리는 높기 때문에 봉이라 칭하지 않고 별자리를 뜻하는 좌(座)로 표현하기도 한다. 8000m 이상의 14좌는 히말라야에 모두 있다)를 등산 선도국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경쟁적으로 도전해 그 기록을 남겼다. 그 가운데 지구상에 최고 높은 봉우리인 에베레스트(영국의 측량국장인 조지 에베레스트에서 따온 이름)로 알려진 본래 티베트 현지어로 초모롱마 또는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인 8848m를 영국의 원정대가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뉴질랜드의 양봉가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르파(네팔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이름이나, 고산 등반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뚫고 개척하는 사람) 텐징 노르가이가 올랐다. 이들이 등정하고 하산한 후 관심은 둘 중 누가 먼저 정상을 밟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원정대 대장인 헌트는 “그들이 팀으로서 함께 정상에 도착했다”고 말했고 힐러리와 텐징도 팀을 강조했지만 호사가들이 필요한 답은 누가 먼저 올랐는가이다. 텐징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어떤 의혹에 대해서도 무시했으나 힐러리가 정상에 가장 먼저 발을 디뎠다고 밝히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에베레스트 산에 두 번째로 올랐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나는 앞으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살 것이다.”

산은 대자연의 살아있는 증거물이다. 인간에게 도전하라고 하지도 않고 산을 오르겠다는 사람을 방해를 하거나 내치지도 않는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이들이 실패니 성공이니 자신들이 정한 기준으로 그것을 끝까지 올랐는지 오르지 못했는지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나눌 뿐이다. 산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도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울산시와 밀양시는 아직도 일본의 강점기 때 일본인이 지은 이름 천황산을 그대로 정상석에 새겨 놓고 그렇게 부르고 있다. 사람을 많이 자기 고장의 산으로 오게하는 이벤트도 좋지만 무언가 앞뒤가 바뀌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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