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가보니…중증 진료는 불가능, 야간·휴일병원 ‘환자 분산’ 효과 미미

강은·배시은 기자 2024. 2.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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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랑으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해 의료공백이 이어진 25일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선애치환’(先愛治患·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이라는 글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첫 주말
감기·배탈 등 경증자 위주
대형병원 대체에는 역부족
병원서도 “전혀 체감 못해”
비대면 진료 확대 등 대책
시민들 “무슨 소용이 있나”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24시 열린 의원’에서 나오던 김은식씨(35)는 “대형병원 응급실은 파업 때문에 안 받아줄 것 같아서 바로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가슴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는 김씨는 “상세한 검사는 여기서 못한다고 해서 아쉽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진료를 봐주는 의사만 봐도 존경스럽다”고 했다.

지난 20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전공의 집단사직이 본격화된 이후 첫 주말인 24~25일, 야간·휴일에도 진료를 하는 서울 강남·광진·성북·송파구 소재의 병원 현장은 대체로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수술 일정 취소나 퇴원 요청 등으로 인한 연쇄 효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의료대란’을 걱정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응급실 대란 해소를 위해 야간·휴일 운영 병원을 안내하고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경증환자를 일부 분산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의료대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휴일 진료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응급실은 중증환자들이 몰리는 곳이어서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진료 부담을 동네 병원이 덜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마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는 오숙진씨(46)는 “이왕이면 상처를 꿰매고 싶었는데 이 병원에서는 그것까진 어렵다고 한다”며 “질환이 심각한 환자들이 응급실 대신 이곳을 찾는다면 시간 낭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휴일 진료 병원에 내원한 이들은 대부분 감기 등 경증환자였다. 서울 강남구 365삼성의원에서 만난 이은지씨(37)는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왔는데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라면서 “대학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진료가 따로 있을 텐데 그 병원 환자들을 여기로 오라고 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대형병원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환자 분산 등 영향은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송파구 잠실광역환승센터와 가까운 야간·휴일 진료 병원 아이엠유의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다소 붐비는 편이었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 등이 대기실을 가득 메웠지만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발길을 이곳으로 돌린 이들은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 등도 경증질환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정책이어서 향후 위급 상황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송파구 병원에서 기다리던 이모씨(43)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할 텐데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은·배시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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