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에 부랴부랴 야간·휴일병원 안내했지만···“중증환자엔 소용없다” 목소리[현장]

강은·배시은 기자 2024. 2. 25. 18: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으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야간 및 휴일 비상진료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성동훈 기자

“진료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달려왔어요.”

일요일인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24시 열린 의원’에서 나오던 김은식씨(35)가 말했다. 가슴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는 김씨는 “대형병원 응급실은 파업 때문에 안 받아줄 것 같아서 바로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김씨는 “상세한 검사는 여기서 못 한다고 해서 아쉽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진료를 봐주는 의사만 봐도 존경스럽다”고 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전공의 집단사직이 본격화된 지난 20일부터 엿새째이자 첫 주말인 24~25일, 야간·휴일에도 진료를 보는 서울 강남·광진·성북·송파구 소재의 병원 현장은 대체로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수술 일정 취소나 퇴원 요청 등으로 인한 연쇄 효과로 혹시 발생하지 모를 ‘의료대란’을 걱정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응급실 대란 해소를 위해 야간·휴일 운영 병원을 안내하고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경증 환자를 일부 분산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의료대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휴일 진료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응급실은 중증환자들이 몰리는 곳이어서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진료 부담을 동네 병원이 덜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휴일 운영 병원에 왔다는 오숙진씨(46)는 “이왕이면 상처를 꿰매고 싶었는데 이 병원에서는 그것까진 어렵다고 한다”며 “질환이 심각한 환자들이 응급실 대신 이곳을 찾는다면 시간 낭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으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야간 및 휴일 비상진료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성동훈 기자

야간·휴일 진료 병원에 내원한 이들은 대부분 감기 등을 앓는 경증 환자였다. 서울 강남구 365삼성의원에서 만난 이은지씨(37)는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왔는데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면서 “대학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진료가 따로 있을 텐데 그 병원 환자들을 여기로 오라고 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성북성심의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김광복씨(49)도 “원래부터 가끔 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어젯밤 갑자기 열이 39.5도까지 올라 독감인지 의심돼 오게 됐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대형병원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환자 분산 등의 영향은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남구 소재 365열린가정의학과의원 관계자는 “이번 주에 환자들이 더 많이 몰렸는지는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365삼성의원 근처 약국 관계자도 “평소보다 처방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 간 사람도 아직은 따로 없었다”고 했다.

송파구 잠실광역환승센터와 가까운 야간·휴일 진료 병원 아이엠유의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다소 붐비는 편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과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은 노인 등이 대기실을 가득 메웠지만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발길을 이곳으로 돌린 이들은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 등도 경증 질환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정책이어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급 상황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송파구 병원 대기실에서 6살 딸의 진료를 기다리던 이모씨(43)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필수적으로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할 텐데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