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영풍, 4조 쌓고 172억 배당… 4000억 푼 고려아연엔 "더 달라"

장우진 2024. 2.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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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주환원율 '76%'
배당금·배당성향 꾸준히 증가
영풍, 내달 주총서 배당확대 요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장형진 고문으로 대표되는 ㈜영풍이 최윤범(사진) 회장의 고려아연으로부터는 과도한 배당을 요구해 해마다 수백~수천억원 지분법이익을 내는 등 단물을 빼내고 있다. 올해도 영풍은 '7조원대 이익잉여금'과 '주주들의 실망'을 이유로 작년 4000억원 이상을 주주환원에 쓴 고려아연에 추가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작 영풍은 4조원에 가까운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연간 배당금은 170억원대, 배당성향은 고작 1%대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이 76%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이 내세운 명분이 퇴색되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작년 연간 배당금액(분기+결산)으로 보통주 1주당 1만5000원, 총 3027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533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배당성향(연결 기준)은 57%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작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 연결 기준 주주환원율은 75.5%까지 올라간다. 이에 작년 주주환원 금액은 4027억원으로 전년(3973억원)보다 많으며, 2022년 사업연도 배당성향 만해도 50.9%로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영풍은 2022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이 1.6%를 기록하는 등 수년째 1% 선에 머물고 있다. 또 ㈜영풍 계열로 분류되는 상장사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은 배당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영풍의 배당여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작년 9월말 기준 ㈜영풍의 이익잉여금은 4조원, 고려아연은 7조7000억원으로 두 배 차가 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배당금 총액은 2022년 사업연도 기준 ㈜영풍 172억원, 고려아연은 3973억원으로 대폭 벌어진다. 이익잉여금은 배당, 투자 등의 재원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기반이 된다.

㈜영풍은 특히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더 큰데, 이는 25.15%(지난달 23일 기준)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데 따른 지분법이익 덕이다. 2022년 기준 ㈜영풍은 영업이익 689억원, 당기순이익은 4156억원으로 당기순이익에는 고려아연 지분법이익이 2244억원이나 반영됐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얻은 수익이 제대로 주주환원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장형진 고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144억원,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23억원을 각각 배당금을 각각 수령했고 최대주주인 ㈜영풍은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챙겼다. 최씨일가의 경우 최윤범 회장이 69억원,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66억원, 최정운 전 서울대 교수가 62억원을 각각 받았다.

이런 가운데 영풍은 내달 19일 예정인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배당확대를 요구하기로 했다. 영풍은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이익잉여금이 약 7조3000억원으로 여력이 충분한 상태"라며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또 고려아연 주총 안건 중 하나인 외국합작법인에만 가능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고려아연은 현재 소재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데, 이는 장씨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배경이 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영풍이 반대하는 배경의 이유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2022년 이후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풍의 지분율은 2021년말 27.49%에서 작년 9월말엔 24.81%까지 낮아졌지만, 영풍의 보유 주식수는 그대로다.

이에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안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업력이 길고,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동업 당시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 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주주 권익을 떨어뜨린다"며 영풍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관은 상장사 97%가 도입한 상법상 표준정관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 전에 손대지 못했던 부분들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정상화해 나간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과 장 고문 측,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우호지분 등이 30% 초반으로 거의 엇비슷하다.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경우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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