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사설 구급차 ‘생계 벼랑끝’…전공의 사직 직격탄 [현장]

윤연정 기자 2024. 2.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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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ㄱ씨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 여파로 수술이 취소되고 입원하는 사람이 줄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병원 이탈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간병인, 사설 구급대원, 대형병원 인근 숙박업소(환자방) 등 병원을 중심으로 생계를 꾸려왔던 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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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받는 직업, 하루라도 더 해야 하는데 일자리 없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20년차 간병인 ㄱ씨가 “의사 집단사직 사태로 일거리가 줄었다”며 파견업체에서 보낸 전체공지 문자를 보여줬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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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세브란스·아산병원 등 종합병원에서 접수가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뿐입니다. 추이를 지켜보며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ㄱ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소속 파견업체 관리자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20년째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ㄱ씨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 여파로 수술이 취소되고 입원하는 사람이 줄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ㄱ씨와 같은 간병인들은 24시간 환자를 돌보며 하루 13만원 안팎의 일당을 받는다. ㄱ씨는 충북 청주에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다음 환자를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생계를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데, 다 취소되니까 일자리가 없어요.”

“간병인 10명 가운데 8명이 쉬는 형국”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병원 이탈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간병인, 사설 구급대원, 대형병원 인근 숙박업소(환자방) 등 병원을 중심으로 생계를 꾸려왔던 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근처에 위치한 ‘환자방’ 중 한 곳의 전경. 지난 일주일 동안 ‘빅5’병원 인근에 있는 ‘환자방’을 찾는 투숙객 문의가 줄었고 취소 문의도 평소보다 많이 들어왔다고 숙박업 사장들은 입을 모았다. 윤연정 기자

주로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에 간병인을 파견하는 ㄴ회사는 23일 한겨레에 “간병인 10명 가운데 2명만 일을 하고, 8명이 쉬는 형국”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간병인 정아무개(62)씨는 “병실이 텅 비고 환자가 없다보니, 병원에서 간병인들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설 구급차 일감 70%가량 줄어”

현재는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일감이 줄었지만, 업계는 의사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차 병원 일감 감소로까지 이어질까 우려한다. 2차병원과 연계해 간병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김성익 따듯한돌봄 대표는 “간병은 급성기, 재활기, 요양병원 이렇게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 지금은 급성기 쪽 수요가 많이 준 상황”이라며 “빅5 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해줘야 저희 쪽으로 (재활기) 수요가 넘어오는데 그렇지 못하니 (일자리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인근 고시원·고시텔·셰어하우스 등 숙박업소 일명 ‘환자방’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역에서 서울 병원으로 진료·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들 숙박업소를 주로 이용했는데, 수술·진료 일정이 잇따라 취소됐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인근 ‘환자방’ 숙소를 운영하는 사장 도아무개씨는 “숙소를 운영하는 3년 동안 이렇게 잦게 취소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다. 벌써 이번주에만 3-4명이 취소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인근에서 환자방을 운영하는 ㄷ씨 역시 “일주일에 최소 2~3건 예약 문의가 오는데, 지금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병원 투숙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잠실역과 몽촌토성역 인근 모텔에서도 병원 방문 때문에 지역에서 올라오는 투숙객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얘기 나온다. 잠실역 인근 숙박업소에서 1년반 가량 근무한 김진순씨는 “역에서 제일 가까운 모텔이라 병원 다녀온 어르신들이 예약없이 들려서 숙박을 하신다”며 “전공의 집단사직 전 이 시간대(오후 5시) 같으면 4~5팀은 보였는데, 오늘은 한팀도 없다”고 말했다. 몽촌토성역 인근 숙박업소에서 5년 가량 근무한 정우람씨 역시 “오늘(22일)만 취소 전화가 2건 들어왔다. 이 추이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사설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윤연정 기자

큰 병원 응급실과 거동이 불편한 외래환자를 수송해 주는 사설 구급차 업계에도 의사 집단행동의 불똥이 튀었다.

서울 영등포구 사설구급차 관계자는 “이전엔 100건 가운데 한두건 취소됐는데, 최근엔 20건 정도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전 잡혔던 예약과 견줘 70%가량 일감이 줄었다는 업체도 있었다. 12년 동안 사설 구급차를 운영해온 김보현(53) 대한911구조대 부장은 “최근 계속 경기가 좋지 않아 간신히 먹고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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