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계 이승만 재평가”…옥중저서 ‘독립정신’ 백년만에 번역본 출간,경매도 출품
日 출판사 “1급사료, 이승만에 대한 기존의 평가 뒤엎는 살아있는 목소리”
코베이옥션 ‘독립정신’ 600만 원을 시작으로 경매에 출품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대통령이 20대인 1904년 옥중 집필한 ‘독립정신’의 현대일본어 번역판이 일본 전역에 발매된다. 출판사는 역대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중요 사료집을 출간해온 일본의 유서 깊은 역사학술서적 전문출판사인 하라쇼보(原書房)다.
번역자 김영림 씨는 2013년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석사, 추오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그의 논문 주제를 구한말 개화사상의 전개와 이승만의 ‘독립정신’ 탄생과정을 규명하는 것으로 삼았다.
김 씨는 "사단법인 우남소사이어티 지원을 계기로 ‘독립정신’ 번역에 착수하게 됐다"며 "일본인들이 한국 독립운동의 논리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우호 관계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승만의 독립정신은 이승만 개인에 대해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독립투쟁의 논리와 대한민국 건국이념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매우 중요한 책"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승만에 대한 일본의 기존인식은‘일본을 절대 타협 불가능한 적으로 대하고 평화선(이승만라인)선포 등의 강경한 대일정책을 펼친 극렬 반일민족주의자이자 미국유학경력과 학위를 이용해 미국을 등에 업고 초대대통령이 된 권위주의정치가’에 머물러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번역을 계기로 일본인들이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재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씨는 "‘독립정신’이 조선이 갑신정변의 실패와 개화당 몰락 이후 자주적 근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식민지배를 통한 근대화가 불가피했다는 과거 일본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개화당 몰락 이후 이승만을 비롯한 구한말 지식인들이 입헌정치와 공화정치의 실현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갖고 실천하려 한 증거이며, 식민지배는 그 맹아를 짓밟은 행위였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또 쇄국과 배타를 지양하고 외부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선진열강을 단순히 흠모하고 의존하는 것을 뛰어 넘어 한국인 자신의 힘으로 자유로운 개인이 주인이 되는 근대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원대한 메시지는 그가 단순한 반일민족주의자, 항일독립운동가를 넘어 근대화를 촉구한 계몽사상가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메시지 때문에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부에 의해 금지서적이 된 ‘독립정신’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어 번역본으로 출간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일본학계도 큰 기대를 표시했다. 실제로‘독립정신’ 번역 초고를 검수하던 일본 학자들은 ‘ 일본 만엔 지폐의 주인공인 일본 근대사상의 아버지 후쿠자와 유키치와 이승만을 비교하며,후쿠자와가 사상가에 머물렀다면, 이승만은 실제로 자신의 손으로 근대 국민국가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일본 학자들은 ‘ 대한민국 또한 다른 근대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주적이면서도, 세계와 더불어 전진하는 근대국민국가를 지향해 건국되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이승만의 항일은 국가건설의 종착지가 아닌, 이를 위해 거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과정이었음을 이해했다’, 이승만에 대해 내가 가진 기존 인식의 70%가 바뀌었다’며 열렬한 호응을 보여줬다고 한다.
역사 학술서적 전문출판사로 유명한 하라쇼보 출판사는 ‘독립정신’의 번역본을 검토하면서 "한일관계사를 재조명하는 1급사료로 이승만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뒤엎는 살아있는 목소리"리고 소개했다.
한편 이승만 대통령 관련 저서가 처음으로 경매에 출품됐다. 경매사 코베이옥션은 20대 청년이었던 이승만이 옥중에서 집필한 그의 대표 저서 ‘독립정신’을 600만 원을 시작으로 경매에 출품한다고 25일 밝혔다.
‘독립정신’은 구한말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독립의 요지와 정신, 대외적 독립의 방략 등을 총망라한 것으로 1904년 2월 한성감옥에서 집필해 19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판이 출간됐다. 경매에는 1917년에 발행된 재판본이 올라왔다. ‘독립정신’의 서문을 통해 이승만은 "박용만씨가 원고를 트렁크 밑창에 감추어 미국으로 가져가 초판본을 발행했고, 1910년 한국에 있을 때 여기저기서 ‘독립정신’을 구한다는 요청을 받아 재판본을 발행하였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경매는 오는 28일 오후 선보인다. 출품작은 오는 26~28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3층 코베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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