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년간 ‘숲의 질’ 높아졌는데···이제와 그린벨트 해제라니

강한들 기자 2024. 2. 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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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중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기 광주 남한산성면 검복리마을이 2022년 8월 10일 토사와 나무로 뒤덮여 있다. 현재 검복리는 전기, 수도가 끊겨 있다./문재원 기자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축구장 약 10만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적으로 숲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숲 밀도나 초목 생장 등을 보여주는 숲의 질은 같은 기간 더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공원·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보호지역을 엄격히 관리하고, 도시계획도 발전한 결과로 보인다. 개발과 보호 사이 ‘균형’ 찾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 정책의 중심은 개발 쪽에 쏠려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대폭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에 따른 손실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4도로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해 6월 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2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풀씨행동연구소의 ‘GIS를 통한 한국의 자연 손실 평가-산림면적 변화와 정규식생지수 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1990~2020년 사이 5년 주기로 국내 산림면적 변화 추세를 평가했을 때 전체적으로 산림 면적은 감소했지만, 식생의 질은 건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숲 면적을 측정하기 위해 위성 영상에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숲을 가려냈다. 이렇게 나온 결과를 환경부 토지 피복도와 비교해 검증했다. 분류 정확도는 95% 이상이었다. 양적 평가 결과 1990~2020년까지 국내 산림 면적은 감소세를 보였다. 1990년 기준 전체 산림 면적은 5만8983.51㎢였으나 2020년에는 741.17㎢(1.26%) 감소해 5만8242.34㎢가 됐다.

행정구역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이 시기 개발이 활발했던 지역에서는 산림이 많이 감소했지만, 1990년에도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됐던 지역이나 개발이 덜 진행된 지역에서 산림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숲 면적 기준으로는 충남에서 30년간 513.68㎢(15.45%)이 줄어, 산림이 가장 많이 사라졌다. 충청북도와 경기도에서는 각각 약 293.53㎢(5.82%) 282.16㎢(6.03%)의 숲이 줄었다. 제주에서는 숲 19.2%(155.31㎢)가 줄고, 세종에서 14.53%(24.46㎢)가 줄어 감소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도시 개발 및 확장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며 “경기도 지역은 개발 확장이 가장 활발한 지역임에도 제주보다 적은 변화율을 보였는데, 그린벨트, 녹지계획 등 다양한 산림 복원 정책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지난해 3월 30일 열린 나무 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은 1990~2020년 숲이 34.89㎢(37.61%) 늘었다. 인천도 30년간 19.21㎢가 늘어나 숲 면적이 1.76배로 큰 폭 늘었다. 증가율이 아닌 늘어난 면적을 기준으로는 경북(380.39㎢, 2.95%), 전남(309.03㎢, 6.06%)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인천, 서울의 숲 증가량이 가장 선명한데, 이는 도시 녹지계획과 숲 조성 계획 등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특히 전남에서는 복원 사업이 원활해 산림 면적이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숲 건강 정도를 보여주는 질적 변화는 위성 자료에 기반한 ‘식생 모니터링 정규화 식생지수(NDVI)를 평가했다. NDVI는 위성 영상에 담긴 식생의 건강, 밀도를 정량화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지수로, 잎의 반사 파장으로 식생 건강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1에서 1 사이의 지수로 측정하는데 나무가 건강하게, 오래 자라 녹지가 우거질수록 큰 값이 나온다.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거나, 산불 등의 피해 이후 회복되는 산에서는 작은 값이 나온다.

평가 결과 한국의 숲은 전체적으로 더 건강해졌다. 1990년 한국 전역의 NVDI는 0.39였지만 2020년에는 0.41로 증가했다. 경기, 충북, 경남, 부산을 제외한 모든 행정구역에서 NDVI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산림면적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식생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자연환경에서의 생태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자원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특히 숲 면적이 많이 늘어난 서울과 인천을 보면, 두 지역의 NDVI는 1990년 0.19에서 2020년 0.25로 각각 좋아졌다. 보고서는 “두 도시의 녹지계획과 환경정책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효과를 거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국내 주요 보호지역인 백두대간 보호지역(0.45에서 0.47로 증가)과 국립공원(0.43에서 0.46으로 증가)에서는 일관되게 숲이 더 건강해졌다. 국립공원별로 봐도 NDVI는 모두 상승 추세였다. 이는 국가 수준의 보호와 지원이 지역 내 자연을 보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날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로 인해 강릉 일대에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4월 12일 저동의 한 펜션마을의 건물들이 화재로 인해 소실되어 있다. 강릉|권도현 기자
‘국제 추세’ 역행하는 그린벨트 해제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대폭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비수도권에서 지역 주도로 전략사업을 추진하면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더 많은 자연’ 확보 정책을 유지하는 국제 사회 흐름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2022년 말 전 지구 육지, 해안,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해 관리한다는 ‘30×30 목표’를 담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생물 다양성이 높아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의 손실은 2030년까지 ‘0’에 가깝게 만들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을 하루 앞둔 2022년 4월 3일 경북 울진군 나곡리 일대 야산의 새까맣게 그을린 땅에서 풀이 돋아나고 있다. 울진/강윤중 기자
강원 함백산 1500m 고지 인근 분비나무 옆에서 어린 분비나부. 3~4년 정도 자라도 키가 3~4㎝에 불과했다. 강한들 기자

보고서는 자연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자연 자원 총량제’를 제시한다. 개발 사업으로 자연 자원의 총량이 훼손되면, 그 만큼 복원·대체해 훼손량과 복원량을 상쇄하는 걸 기본원리로 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습지 총량제, 일본 녹지 총량제, 호주 환경상쇄제, 독일 자연 침해 조정제 등에도 자연자원 총량제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자연 손실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녹지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 숲, 공원, 그린벨트 조성 사업을 통해 질적 손실을 상쇄해야 한다”며 “산림 자원의 양적, 질적 손실을 균형적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자연환경의 가치와 파괴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자연자원의 정량화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소속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뒤 시간이 지나고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산림의 생태 건강도가 좋아진다는 정책 효과를 검증한 게 중요하다”며 “양적 총량 관리가 어렵다면 질적 총량이라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원격 탐사’를 사용해 거시적 관점에서 1990년에서 2020년까지 숲의 양적, 질적 변화를 평가한 국내에서 드문 사례다. 이 교수 연구진이 주관했다. 국립생태원, 한국환경연구원,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 소속 연구자와 환경운동연합이 자문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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