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어떻게 백화점 VIP?”…예비 신혼부부들의 쇼핑법 들여다보니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2. 25. 13: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삼성전자]
오는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후배 한 명이 난생 처음 백화점 ‘VIP 고객’이 되게 생겼다고 자랑을 합니다. ‘신혼가전 졸업’을 백화점 매장에서 했기 때문입니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은 물론 ‘3대 이모님’이라 불리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등을 한번에 구매하면서 백화점 VIP가 되기 위한 연간 실적 기준인 1000만원을 가뿐히 넘긴 후배였죠.

그는 “한 번 사면 10년은 쓰잖아요. 그래서 비싸도 크고 좋은 제품으로 장만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해마다 국내혼인 건수는 줄고 있습니다만 백화점 웨딩 멤버십 매출 만은 굳건합니다.

특히 신혼가전의 경우 가뜩이나 ‘이 때 아니면 언제 사보겠냐’는 심리가 높은 예비부부들을 무장해제시키기에 딱 좋은 품목입니다. 백화점 웨딩 멤버십 매출을 지탱해주는 큰 축이죠.

각종 카드 할인과 백화점 상품권 등을 활용하면 수백 만원대의 프리미엄 가전도 사볼만한 아이템이 됩니다.

신혼 가전은 이른바 ‘깔맞춤’을 통해 집안 인테리어를 호텔처럼 꾸미고 싶어하는 예비부부들에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여주고요. 가전업체들에겐 경기 불황 속에서도 실적을 견인해주는 효자 품목입니다.

국내 가전업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로부터 요즘 혼수가전 트렌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85형 TV도 이젠 많이 사가요”
[사진출처 = LG전자]
큰 돈 들어가는 신혼가전 중에서도 TV는 거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의 메인 아이템으로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치 액자 같은 디자인,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스토어 등으로 갤러리 분위기의 거실을 꾸밀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이 신혼가전으로 각광받는다”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에 거거익선 트렌드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듯 합니다. 85형 TV도 대중적인 TV 사이즈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입니다. 실제로 삼성 네오 QLED 8K·네오 QLED·QLED는 모두 98형 초대형 라인업까지 갖추고 있는데요.

OTT 이용이 급증하고 영화나 스포츠 등 콘텐츠 소비가 더욱 늘어난 데다 아이맥스(IMAX) 영화와 같이 프리미엄 콘텐츠 시청 경험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초대형 TV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가전업체에서 불붙은 AI(인공지능)기술력을 TV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신혼가전은 한 번 사면 10년은 쓰는 가전이어서인지 큰 제품을 선호하고, 또 전자기기는 비싼 게 좋다는 인식이 퍼지며 가급적 기능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LG 올레드 TV의 경우 무선 올레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한 차원 진화한 전용 AI화질과 음질 프로세서, 웹OS 기반의 맞춤형 경험 등을 앞세워 예비부부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냉장고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깔맞춤’으로
[사진출처 = LG전자]
요즘 신혼부부들 사이 주방 가전은 ‘깔맞춤’으로 통합니다.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라인과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에서 선보이는 냉장고, 식기세척기, 인덕션, 김치냉장고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스포크 라인과 오브제컬렉션은 일반 제품 가격 보다 수배 차이가 나는 등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신혼부부들 사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스포크 가전의 경우 인테리어에 따라 색상, 소재 등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된 디자인의 가전 구매시 부엌이 더 깔끔하고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죠.

오브제컬렉션 역시 디자인 측면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업(UP)가전으로 각광받습니다.

일례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는 고객이 설정한 시간 동안 냉장고 문이 열려 있으면 씽큐 앱으로 알림을 주는 ‘문 열림 알림 시간 설정’ 등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다양한 신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 된 세탁실
[사진출처 = 삼성전자]
신혼부부들에게 세탁기는 더 이상 베란다 등 누군가에게 잘 보이지 않은 곳에 둬야하는 가전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 됐고 그래서 더욱 세탁기와 건조기도 디자인 측면이 강조됩니다.

최근 아파트의 주방과 발코니가 확장되면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놓을 공간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원바디 디자인이 인기인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 LG전자 측은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의 경우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할 뿐 아니라 많은 양의 빨래와 이불을 한 번에 건조하는 국내 최대 22kg 용량 건조기를 탑재해 혼수가전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 대로 세탁과 건조가 모두 가능한 신제품 비스포크 AI 콤보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 후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지 않아도 건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더 편리합니다.

특히 공간 활용도를 최소 40% 이상 높여 신혼 가구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가전업체들 고민은 없을까
[사진출처 = LG전자]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생활가전 사업부에서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영상디스플레이(VD)와 가전 사업부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6조4400억원, 1조25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에서 매출 30조1395억원, 영업이익은 2조78억원을,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에서 매출액 14조2328억원, 영업이익 36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월풀과 같은 해외 가전업체들이 적자를 낸 것과 대조를 이루는 실적을 양사가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안팎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서 가전 판매를 담당하는 이들은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신혼가전 수요와 이사를 하면서 가전을 바꾸는 경향이 큰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이사 수요는 그야말로 실종 상황이어섭니다. 더욱이 신혼가전 시장에서 렌탈 수요가 늘어나 가전 판매를 위협합니다.

업계 관계자는“예전에는 대부분 신혼가전으로 프리미엄을 원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하면 지금은 집에서 요리 자체를 잘 해먹질 않아 냉장고도 원도어 짜리로 사는 등 기본에만 충실한 가전을 찾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극화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형으로 콤팩트한 가전을 찾는 신혼부부들이 느는 등 소비층이 분산돼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