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마약 수사 생중계 안 돼…지디 마약 안했다고 확신한 이유는” [일문일답②]

김수미 2024. 2. 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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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균씨와 지드래곤의 마약 수사과정을 (경찰이) 초기부터 생중계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수사는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보안에 부쳤어야 합니다.”

‘마약 전문 검사’로 이름을 떨쳤던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18일 세계일보와 만나 최근 논란이 됐던 경찰의 연예인 마약수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지난해 11월 6일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에게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결백을 밝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김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책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주니어태학)에 추천사를 자청했다. 그는 추천사에서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면 법과 징벌이 아닌 예방과 교육을 통한 긍정으로 시작돼야 한다”면서 “편견은 치유와 변화의 길을 막아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마약의 위험성에 깊이 공감하며 치유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과거 프로포폴을 ‘우유 주사’라고 부르며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을 적발, 처음으로 프로포폴을 마약류에 등재해 처벌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버닝썬’ 사건에 이용된 신종 마약 ‘GHB’ 역시 그가 최초로 적발해 ‘물뽕’이라고 명명하고 마약류로 등재했다.

청소년 마약 범죄 실태에 이어 연예인 마약수사와 마약사범 관리의 문제점, 마약청 신설 필요성에 대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실제 모델인 국제 마약사범 조봉행 검거와 ‘버닝썬’ 사건을 맡았던 검사 출신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남정탁 기자
—얼마전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던 배우 이선균 씨가 세상을 떠났다. 경찰 수사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고 이선균씨 뿐 아니라 배우 유아인과 가수 지드래곤의 마약혐의 수사 과정도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유명인(의 마약투약)을 적발하면 실적이 올라간다. 하지만 충분히 내사를 거치고 결과가 나올 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사 시절 연예인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등 수많은 마약수사를 했지만 단 한번도 수사 과정에 보도된 적이 없다. 수사는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철처하게 보안에 부쳐야 한다.”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언론에 공개한 것은 확신할만한 증거가 있어서 아니었나.

“경찰은 유흥업소 여자 실장의 진술에 의존했다. 지드래곤의 경우도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통신내역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에서 기각됐다. 통신 영장 기각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제보 내용 자체가 추상적인데다 범죄사실 소명도 안됐기 때문이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혐의를 확신하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있다.”

—연예인들이 탈색, 염색, 제모 등을 하는 이유가 검사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마약 투약을 적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발 검사다. 모발이 없으면 체모, 그것도 없으면 손톱, 발톱까지 검사한다. 모발은 투약 후 길면 1년까지 검출 가능하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되는 것이 감정 가능한 기간을 넘기면, 즉 투약하고 1년이상 지나면 처벌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마약 범죄는 공범, 마약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이 중요하다.” 

—지드래곤도 염색 및 탈모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지드래곤은 머리도 안자르고, 염색도 안해서 (마약을) 안한게 맞구나라고 생각했다. 몸짓 이상한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결백하면 경찰 소환을 기다리지 말고 자진 출석하라고 조언했더니 바로 자진출석을 했다. 결백하더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백이 두드러질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닝썬 사건 때 논란이 된 ‘물뽕’을 최초로 적발했는데 물뽕은 어떤 것인가.

“1998년 광주지검에 있을 때 필로폰인줄 수사하다가 물뽕을 처음 적발했다. 물뽕은 '감마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GHB)로 액체 상태의 신종 마약인데, 주로 데이트 강간 이나 성폭행 용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국과수에 맡겼더니 성분이 ‘물’로 나왔다. 감정할 수 있는 시약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까지 보내서 마약이라는 걸 입증했다. 문제는 이 신종마약 사범들을 체포했는데 마약류로 등재돼 있지 않으니 법리적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에 마약이 아니어도 마약류로 인식하고 팔면 처벌하는 조항을 최초로 적용했다.”

—과거 프로포폴 투약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적발해 역시 최초로 마약류로 등재했는데.

“2010년, 2011년에 강남 성형외과와 산부인과에서 프로포폴 장사하는 의사가 많고,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사망한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수사해 보니 수면 마취가 필요한 시술에만 써야 하는 프로포폴을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 등 수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투여하고 있었다. 프로포폴은 적정양과 치사량의 간극이 굉장히 좁은데다 해독제가 없었다. 당시 마이클잭슨 역시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사망했다. 

그러나 마약류로 등재가 안돼 있었다. 그래서 당시 병원에 침대 열 몇개씩 두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주사를 놨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행위에 집중했다. 병원측은 의료행위가 아닌 보조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마취전문의가 투여하는 미국 사례를 들어 고도의 의료행위라고 맞서며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였다. 그리고 2011년 프로포폴을 마약류에 등재시켰다.”

—클럽 뿐 아니라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마약인줄 모르고 먹게 되는 피해사례가 나와 충격을 줬다. 어떻게 피해야 하나.

“여학생이나 여성들의 경우 특히 물뽕이 위험하다. 물뽕은 다른 마약처럼 자기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투약하는게 아니라 상대방, 여성에게 몰래 먹여 성폭력의 도구로 활용한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그런 범죄를 많이 저지르므로 남이 주는 술을 함부로 마시면 절대 안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경계심 없어서 술잔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추천사를 쓴 김희준 변호사의 신간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 주니어태학 제공
—마약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후 만나는 의뢰인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단순 투약사범들인데 대부분 20대와 30대 화이트 칼라다. 해외 유학생과 주재원들이 대마가 합법화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대마 사탕, 대마 젤리 등을 사서 별생각 없이 갖고 들어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마약 밀수가 되는 것이다. 밀수범은 엄중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최소 5년의 무기징역을 받으며 실형 가능성이 높다.”

—마약 수사 및 변호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인물이 있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의 모델이었던 조봉행과 우리나라 12개 폭력조직과 연계해 국내에 전국적으로 마약을 유통시킨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 미국 LA에서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키고 멕시코 감옥에서 벽을 뚫고 탈출한 ‘한국판 석호필’ 등을 검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흑사회 두목을 한국으로 유인해서 검거 할 때는 청부살인하는 조직이어서 수사관들이 신변의 위협도 많이 느꼈다. 조봉행은 징역 10년 선고받고 해남 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마약청 설치를 주장하셨는데.

“미국과 유럽이 국가적 자원을 투입해도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골든타임을 놓쳐서다. 우리나라는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와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어떤 노력을 해도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단순히 마약 수사만 하는게 아니라 예방부터 수사, 처벌, 치료재활까지 종합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는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마약 수사의 한계나 문제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억소리 나게 처벌하겠다고 한 것은 공급자이다. (투약자의) 중독 문제는 해결이 안되고 있다. 마약사범들을 수감시켜놓고 방치시키고 있다. 

특히 교도소에 마약사범끼리 수감하고 있는데 분리 수감해야 한다. 단순사범이 교도소에 가서 인적네트워크 쌓고, 어디서 마약을 구하고 어떻게 마약으로 돈을 버는지 전문지식을 배워서 나온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바로 마약 하는 이른바 ‘출소뽕’을 한다.”

—해외는 어떻게 하나

“미국은 단순 투약사범의 경우 약물법정으로 보내 치료재활병원에서 1년간 치료받게 한다. 1년간 성실하게 치료재활을 받으면 처벌 안하고 불성실하게 하면 처벌한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 아들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지 불과 5일만에 다시 투약했고, 결국 다시 (가족이)신고해서 구속됐다. 마약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혼자 힘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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