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전문 기업 ‘인켈’...요즘은 TV 사업 ‘열심’? [근황IT슈]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2024. 2. 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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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켈 테마 시리즈

때는 1970년대 한창 가정용 음향기기로 오디오 시장이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기업이 오디오 사업에 뛰어들었죠. ‘인켈(Inkel)’도 그런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인켈은 가정용 음향기기로 국내 오디오 시장을 주름잡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두는 오디오 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점차 줄어갔는데요. 오디오 사업에 주력했던 인켈도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죠.

이제 인켈의 제품은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인켈의 제품이 하나쯤 등장할 수도 있죠. 몰랐던 인켈의 근황,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뿌리부터 오디오였던 인켈

출처: 인켈

인켈은 뿌리 깊숙한 곳부터 오디오 전문 기업이었습니다. 인켈은 '동원 전자'라는 이름으로 1970년 설립됐는데요. 이때부터 국산용 오디오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해외 유명 오디오 기업의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기술력을 갈고닦기 시작했다고 해요. 스코트(Scott), 듀얼(Dual) 등의 기업에 기술력을 제공했죠. 그만큼 탄탄한 기반을 다져 인켈은 성능 우수한 오디오 기기들을 만들 수 있었어요.

당시 대부분의 국내 오디오 기업들은 일본에서 들여온 부품을 그대로 조립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반면 인켈은 독자적인 설계 능력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생산했어요. 그 시절 하이파이 오디오 하면 인켈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기술력이 뛰어났죠.

인켈 SAE 시리즈 / 출처: Aving

특히 인켈은 1980년대 인켈 SAE 오디오를 통해 인기에 정점을 찍습니다. 인켈 SAE 오디오는 미국 오디오 앰프 브랜드 SAE와 공동으로 제작한 제품인데요. SAE는 미국 시카고와 라스베가스 전자전에서 수차례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상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과 디자인에 일가견 있는 회사였어요. 이에 기반한 인켈의 오디오도 큰 인기를 끌었죠. 전 세계적으로도 인켈의 오디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존 ‘동원 전자’였던 이름도 1988년 ‘인켈’로 변경됐는데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가정용 음향기기 사업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이후 출시된 인켈의 테마 스피커는 특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테마는 인켈의 기술력이 결집된 고출력 앰프와 부드러운 오디오 품질로 국내외 인정받은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였습니다.

1994년 출시된 인켈 테마 SP-1은 특히 풍부하고 묵직한 저음역대 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집안 천장이 떨릴 정도로 소리가 풍부했다고 해요.

끝나가는 오디오 전성기

출처: 인켈

하지만 이 또한 한때에 불과했습니다. 오디오의 전성기라고 불리던 1970~1980년대가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이상 오디오에 머물지 않았어요. 1990년대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가정용 PC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었죠.

가정용 PC가 집안 오디오 기기를 대체하면서 오디오 시장도 따라 위축되기 시작했죠. 더 이상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듣기 위해 가정용 음향기기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고품질 하이파이 오디오로 사랑받았던 인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 사태로 인켈은 더 위태로운 나날들을 보내야 했는데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국내 오디오 업체가 오디오 사업을 정리했어요. IMF 영향력을 직격탄으로 맞은 인켈도 법정관리까지 받다가 겨우 생존했어요.

인켈이 2000년대 초반 내놓았던 포터블 카세트 / 출처: 인켈

가까스로 사업을 이어가게 된 2000년대에도 인켈은 끝까지 오디오 사업을 지속하고자 했습니다. 대신 소비자 니즈가 바뀌는 흐름에 맞춰 빌트인 홈시어터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죠. 실내 인테리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벽면에 붙는 홈시어터 기기였는데요. 서브우퍼의 기술력뿐 아니라 스피커의 디자인과 배치성도 고려할 정도로 우수한 제품이었어요.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도 고려해야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순 인켈은 갖가지 전자제품 사업도 함께 이어갔어요. 학교 내 전자 교탁이나 여러 전자사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고요. 카 오디오를 결합한 여러 내비게이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자동 무선 통신으로 요금을 결제하는 하이패스 겸용 내비게이션도 잇따라 출시하면서 살아남고자 했죠.

가전 제품 만드는 인켈 근황

인켈의 미니 블루투스 스피커 / 출처: 텐바이텐)

과거 인켈은 실내에서 가정용 컴포넌트 오디오 세트를 만들어 판매했었는데요. 가정용 컴포넌트 오디오란 실내에서 음악 또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기기입니다.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스피커, 앰프, 플레이어 등을 조합한 오디오였죠.

컴포넌트 오디오 구매층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요즘 인켈은 컴포넌트 오디오 세트 사업을 접었습니다. 대신 도킹스테이션, 블루투스 스피커 등으로 오디오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죠.

인켈 TV / 출처: 이투뉴스

인켈은 이제 오디오보다 냉장고, 세탁기, 디지털 피아노처럼 다양한 가전 제품 사업에 주력하는 것처럼 보여요. 40인치 FHD, 65인치 UHD TV 등 여러 디지털 LED TV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초고속 15W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한 거울 시계처럼 독특한 제품도 찾을 수 있었어요. 앞서 집 안 어딘가에서 인켈 제품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직접 번개장터에 '인켈오디오'를 검색한 결과. 다양한 판매글이 올라와있다.

인켈의 오래된 오디오 제품은 아직도 중고거래 앱에서 판매되고 있는데요. 하루에도 몇 개씩 인켈 스피커 제품이 중고거래 앱에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품마다 가격은 상이했지만, 고가의 스피커일 경우 100만원 안팎 가격대를 이루고 있었고요. 저렴한 경우에는 10만원 이하 금액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감히 추측해보건대,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제품이 바로 인켈의 스피커인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도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할 인켈의 미래에 함께 주목해 보자고요.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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