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Trip] 발리에서의 보물찾기

2024. 2. 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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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물은 내 안에 있다
계단식 논과 밭에 둘러싸인 우붓 숙소
원숭이와 함께 맞은 해발 1,717m 바투르산 일출
발리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로비나 해변
누사 렘봉안 해변의 ‘불춤’ 케착댄스까지

발리 누사 렘봉안의 아름다운 해변
인도네시아 발리는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보물섬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세계 최고의 휴양지, 세계 1위의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에는 여전히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보물이 곳곳에 숨어 있다. 보물을 찾아 떠난 나만의 보물섬, 발리는 사랑의 섬이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난 곳, 우붓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여행 때 시간상 방문하지 못했던 우붓(Ubud)을 첫 목적지로 정했다. 전통적인 발리 문화를 바탕으로 현대 예술과 문화가 뒤섞여 공존하는 우붓은 산기슭의 논과 가파른 계곡 사이에 위치해 유명 관광지의 번잡스러움과 동시에 목가적이고 한가로운 시골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기 때문. 우붓의 중심가라 불리는 ‘잘란 원숭이 숲 거리(Jalan Monkey Forest St.)’의 번잡함은 거리를 벗어나면 금세 잊혀진다. 우붓을 방문한 대다수의 관광객이 시내 중심가 주변에 머물기 때문이다.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인 우붓(위)과 우붓 외곽의 한가로운 풍경(아래)
발리의 여느 관광 지역과 달리 우붓은 관광객의 수가 현지인보다 훨씬 많다. 때문에 시내 중심가와 달리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마을 주변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수세기 동안 그래왔듯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마을 주변 풍경은 1920년대 독일 예술가 월터 스파이스(Walter Spies)가 사랑에 빠진 우붓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구불구불한 초록빛 계단식 논과 밭,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거칠고 울창한 정글 열대 우림 숲 등이 그렇다.
시내 중심가에서 약 2~3km 떨어진 가파른 언덕 위 숙소는 우붓의 자연을 한눈에 담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스러움이 오히려 이곳에선 반가운 요소다. ‘모든 것에서 벗어난 고요한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연경관은 주변 마을과 논, 사원 등의 방문으로 이어진다. 해변이 없는 육지로 둘러싸인 우붓은 섬 여행의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발리와 동떨어진 채 ‘우붓’이라는 외딴 세계로의 여행, 섬 여행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이유다.
목가적인 풍경의 우붓 숙박시설(좌)과 우붓의 중심가인 ‘잘란 원숭이 숲 거리’(우)
바투르산 최고의 일출
발리의 신성한 산과 화산은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로서 섬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섬의 지리와 문화, 영적 신념을 형성하는 중추적인 바탕이 되는 데다 절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관광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발리에서 가장 높고 신성한 화산인 아궁(Agung)산은 높이가 3,031m에 달하는 활화산이다.
여러 시대에 걸쳐 아궁산은 고대 의식과 신화적 전설, 영적 존경의 진원지로 인식되어 왔다. 발리 힌두교에서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며 신들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산이기도 하다. 아궁산 외에도 해발 1,000m에서 2,000m 사이를 오가는 여러 활화산이 발리 전역에 자리한다. 그렇다 보니 발리 여행에서 화산 트레킹은 빠질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발리에서 최고의 일출로 알려진 해발 1,717m 높이의 바투르산은 아궁산 다음으로 발리의 신성한 산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곳이다.
바투르(Batur)산 일출 트레킹을 위해 새벽 2시 무렵 숙소를 나섰다. 우붓 숙소에서 트레킹 시작지점인 토야 붕카(Toya Bungkah) 마을까지 약 40km, 1시간 30분을 꼬박 달려 도착했다. 먼저 트레킹 시작 전 여행사 사무소에서 팬케이크와 시리얼, 과일 등의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어둠을 뚫고 약 2시간 동안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한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
깜깜한 밤, 비좁고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해서 올라야 하는 트레킹에서 팀워크는 중요한 덕목이다. 헤드랜턴을 차거나 손전등을 손에 쥔 채 앞장선 이의 발걸음을 따라 산을 오르는 과정은 팀원 모두의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다.
바투르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 풍경
타루비안(Tarubian) 부족의 은신처로도 잘 알려진 바투르산은 동쪽에 칼데라 호수가 위치하며, 호수 주변에는 총 15개의 마을 부족이 거주한다. 토야 붕카를 비롯해 케디산(Kedisan), 트루냔(Trunyan), 송안(Songan)이 대표적이다. 이곳 마을 사람들의 주요 수입원은 농업과 더불어 트레킹 관광산업이 주를 이룬다. 발리의 여느 활화산과 달리 바투르산은 중앙 분화구 정상까지 비교적 쉽게 트레킹으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이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돕는 배경이다.
정상에서의 일출 감상은 트레킹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만큼 웅장하고 경이로운 풍경 그 자체다. 산 정상에서 화산 증기로 삶은 달걀을 먹으며 최고의 일출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맑고 화창한 날에는 아궁산과 멀리 롬복섬까지 전망이 가능해 날씨 여부에 따라 최고의 일출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위로부터 시계방행)일출 후의 바투르산 정상 모습과 산 정상에서 맛본 화산 증기로 삶은 달걀, 바투르산에서 만난 원숭이 무리
돌고래를 찾아서 저 멀리
발리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간 곳이 바로 로비나(Lovina) 해변이다. 로비나 또는 로비나 해변이라 불리는 이곳은 발리 북서쪽에 있는 해안 지역으로 싱가라자(Singaraja) 마을에서 서쪽으로 5km부터 15km까지 뻗어 있다. 발리 공항에서 로비나 지역까지 약 100km, 다소 거리가 멀어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발리의 관광 명소 대다수가 공항과 인접한 섬의 남부나 중부에 몰려 있는 점은 교통의 편의성이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교통의 불편함에도 로비나를 찾은 건 오로지 돌고래를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많은 관광객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로비나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반자르(Banjar) 노천 온천이나 멜란팅(Melanting) 폭포 등의 스폿이 있다는 것 또한 구미를 당긴 요소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로비나 해변에서는 돌고래 투어뿐 아니라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의 보트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자르 노천 온천(좌)과 멜란팅 폭포(우)
돌고래 투어는 동이 트기 시작하는 오전 6시 무렵 출발했다. 로비나 해변 메인 포인트에서 전날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둔 나무 배를 타고 대략 30분간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돌고래가 무리 지어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이 투어의 첫 단계. 출발할 때만 해도 주변에 다른 배라곤 전혀 볼 수 없었는데, 돌고래 구역에 접어들고 나니 그제서야 우리 배를 둘러싼 같은 형태의 나무 배가 수십 척에 달했다. 다들 돌고래를 보겠다고 일찍부터 달려온 모양새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돌고래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 발리의 로비나(Lovina) 해변
한데 몇십 분간 기다려봐도 잔잔한 파도만 배 주변을 에워쌀 뿐이다. 돌고래가 나타날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던 순간, 선장은 빠르게 뱃머리를 동쪽으로 돌려 사납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선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선장들 사이 누가 더 빠른지 시합이라도 하듯 굉음을 내며 달리는 배가 순식간에 뒤집힐 것처럼 흔들림이 거세졌다. 불안함의 끝에서 마침내 바다 위로 떠오른 돌고래를 마주했다. 돌고래와 함께 맞이한 특별한 하루는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눈 앞에서 본 돌고래 무리. 돌고래 투어에서 선장의 역할은 항해 능력은 물론, 다른 선장들보다 더 빠르고 가까이에서 돌고래를 찾아내느냐에 있었다. 그 덕에 눈 앞에서 돌고래를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신성한 호수와 사원, 모험 속으로
로비나 해변 일정을 마치고 섬의 남부로 가는 길목에 산악 지역 고지대에 위치한 호수를 방문했다. 울룬 다누 베라탄(Ulun Danu Beratan) 호수가 그곳. 베라탄 호수는 발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서 주변 베두굴(Bedugul) 마을 전체에 걸쳐 논과 농장을 위한 관개 수원을 담당한다. 호수 가운데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사원이 자리하는 인상 깊은 곳이기도 하다. 해발 1,500m의 온화한 산악 날씨는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뿜어내며 뜨겁고 강렬한 섬의 분위기를 단박에 지운다.
사원 단지는 물과 호수, 강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다누(Danu)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지어졌다. ‘다누’는 발리어로 ‘호수’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호수의 여왕을 기리는 장소다. 시바(Shiva)신과 비슈누(Vishnu)신, 브라흐마(Brahma)신을 형상화한 사원 단지 각 4개의 건물은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의 다산과 번영, 건강을 기원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해왔다.
(위로부터)발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베라탄 호수, 산악 지역 고지대에 위치한 베두굴 마을, 다누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지어진 울룬 다누 베라탄 사원. ‘다누’는 발리어로 ‘호수’를 뜻한다.
베두굴 마을에서 호수와 더불어 여행자의 발길을 끄는 곳은 발리 보타니컬 가든(Bali Botanical Garden)이다. 1959년 7월에 설립된 이곳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식물원으로서 총 면적이 157만5,000㎡(47만6,437평)에 달한다. 타팍힐(Tapak Hill) 경사면에 있는 브라판 호수와 울룬 다누 사원이 내려다보이는 해발 약 1,300m 높이에 위치하며, 난초와 양치류, 선인장, 식충식물 등의 식물 컬렉션 등 선선한 고지대 날씨를 즐기며 다양하고 화려한 식물을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다.
발리 보타니컬 가든 정글 숲에서 즐기는 트리탑 어드벤처(Tree Top Adventure)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다. 높이 범위가 2~20m인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7개의 모험 서킷은 마치 극기훈련의 한 장면과도 같다. 거미 그물, 타잔 점프, 플라잉 폭스, 플라잉 스윙 등 최대 길이 160m에 달하는 12개의 짚라인이 마련되어 있어 짜릿한 모험을 배가시킨다.
발리 보타니컬 가든 정글 숲에서 즐기는 트리탑 어드벤처
작고 특별한 보물섬, 누사 렘봉안
발리 남동쪽에는 소순다 제도(Lesser Sunda Islands)에 속하는 세 개의 섬이 있다. 각각 누사 렘봉안(Nusa Lembongan), 누사 체닝안(Nusa Ceningan), 누사 페니다(Nusa Penida)라고 이름 붙여졌다. 세 개의 섬을 하나로 합쳐 ‘누사 제도’라 불리기도 한다.
섬의 면적은 누사 페니다가 가장 크지만 여행객을 위한 메인 섬은 단연 누사 렘봉안이다. 섬 전역에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곤 해도 발리에 비하면 농촌 수준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발리 여행에 지쳤거나 작고 특별한 보물섬과도 같은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발리 사누르(Sanur)에서 출발하는 정기 직행 쾌속선을 타고 누사 제도를 찾는다.
누사 렘봉안의 아름다운 해변
누사 렘봉안의 면적은 8만 ㎢에 불과하다. 섬에는 세 개의 주요 마을이 있는데, 정구트 바투(Jungut Batu)와 머쉬룸 베이(Mushroom bay) 마을이 관광 인프라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곳에 최신식 호텔시설이 들어서기 전 숙소 형태는 오두막이 대다수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방갈로 형태의 업그레이드된 현대적인 시설이 많이 생겨났다.
누사 렘봉안 선착장(좌)과 아름다운 해변(우)
평화로운 섬에서의 즐길 거리는 단연 아름다운 해변이다. 고요한 열대 섬인 누사 렘봉안은 어느 해변을 선택하더라도 백사장과 수정처럼 맑은 물 등 작은 섬 특유의 한가로운 정취를 느끼기에 훌륭하다. 여기에 드라마틱한 해안 절벽, 만타 가오리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 투어 등이 인기다. 누사 렘봉안과 누사 체닝안을 잇는 현수교가 놓여 있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듯 다른 두 섬을 왕래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누사 렘봉안의 평화로운 밤 풍경
석회암 절벽 꼭대기에서 불춤을
인적 드문 발리의 또 다른 숨은 여행지는 울루와투(Uluwatu). 세계적 수준의 서핑 브레이크를 자랑하는 서핑의 메카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는 발리의 여느 해변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울루와투의 다른 점은 바로 석회암 절벽이 있다는 것.
발리의 부킷 반도 남서쪽 끝에 위치한 울루와투는 ‘땅 끝 바위’를 의미하는데, 이곳 반도는 남쪽으로 인도양과 접해 있어 유라시아 판 아래에서 지각활동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결과로 생성된 3차 석회암층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높이 70m에 달하는 석회암 절벽은 발리에서 일몰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높이 70m에 달하는 울루와투 석회암 절벽
일몰과 함께 울루와투 절벽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발리 불춤 공연은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케착 댄스(Kecak Fire Dance)라 일컬어지는 불춤은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 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울루와투를 찾는 관광객이 대다수일 정도.
케착 댄스는 1930년대 발리 댄서인 와얀 림박(Wayan Limbak)과 독일 예술가 월터 스파이스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12명가량의 메인 댄서와 50명이 넘는 보조 댄서가 공연을 펼치며, 이들은 춤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서사시인 라마야나(Ramayana)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60명이 넘는 댄서가 공연을 펼치는 케착 댄스
이 이야기는 기원전 100년경 힌두교 가르침이 발리 섬에 들어온 이후 문화 생활과 종교적, 도덕적 가르침의 일부가 되어 현재에 이른다. 두 주인공 라마(Rama)와 시타(Sita)가 무대에 올라 두 인간 사이의 생생한 사랑을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하나둘 이어질수록 붉게 물든 발리의 밤은 점차 사랑으로 물들어간다. 그리곤 다시 댄서들의 화려한 몸짓과 뜨겁게 타오르는 불의 기운이 발리의 밤을 훤히 밝힌다. 아름다운 섬 발리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친 시간, 여행은 또 한번의 사랑을 남기며 저물어간다.
발리의 밤을 사랑으로 물들이는 케착 댄스는 1930년대부터 시작됐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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