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한국에서 해야 할 세 가지 일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4. 2.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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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왔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와 8년 총액 170억 원 계약에 합의하고 바로 오키나와에 있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더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박수받을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을 택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그는 12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마운드에 설 예정이다.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진= MK스포츠 DB
그의 복귀는 단순한 선수 한 명의 복귀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랜 기간 한국 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던 그이고, 여전히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그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그의 복귀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다시 돌아온 한국 야구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예능 출연과 유튜브 이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겠다.

불꽃을 전수하라(Pass the torch)
류현진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류현진이 대단한 투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워커 뷸러, 훌리오 우리아스, 토론토에서 알렉 매노아에게 불꽃을 넘겨주고 돌아왔다(물론 이들 모두가 그 불꽃을 잘 간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야구에서는 그의 나이 서른 일곱이 되도록 그를 넘어서는 투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 동안 처절하게 싸우며 습득한 지식과 경험은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그 자산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한다. 구종 그립을 알려달라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통해 본보기가 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배들을 자극하며, 지식을 물어올 때는 주저하지 말고 알려줘야한다.

그 불꽃은 어느 한 선수가 독점할 필요는 없다. ‘후계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혼자 짊어 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배워나가는 선수들이 늘어나다보면 그를 넘어서는 투수는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토론토 스프링캠프 도중 팀 동료 라이언 보루키와 얘기하는 류현진. 사진= MK스포츠 DB
목소리를 내라(Speak up)
메이저리그의 모든 것을 한국 야구가 따라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좋은 점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은 필요할 때는 목소리를 내며 한국 야구의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시즌 동안 메이저리그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했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힘있게 다가 올 것이다.

앞서 한국에 진출한 추신수가 좋은 사례를 남겼다. 추신수는 악명이 높았던 잠실 야구장의 원정 라커룸을 비롯해 한국프로야구의 열악한 시설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고, 이는 시설 개선으로 이어졌다.

꼭 같은 방식이 될 필요는 없지만, 류현진역시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때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특히 그의 말처럼 “투수가 할 수 있는 팔에 대한 수술은 다 했던” 그라면 한국프로야구의 투수 관리와 재활 시스템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많을 수도 있다.

‘네가 뭔데 그런 소리를 하냐’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네가 뭔데’라고 말한다면 기자가 대신 답해주겠다. 그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수중 박찬호 다음으로 많은 이닝(1055 1/3이닝)을 소화한 선수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의 복귀가 한국 야구의 발전을 돕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 MK스포츠 DB
뛸 수 있을 때까지 뛰어라(Keep Going)
류현진은 한화와 8년 계약을 맺었다. 만약 이 계약을 모두 채우면 만 44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송진우(은퇴)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을 뛰어넘게된다.

중간에 옵트아웃 등 빠져나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놓기는 했지만, 최대한 이 계약을 모두 채우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한국 야구 역사를 빛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서 끝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진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행을 택했다. 자신의 한국 복귀가 ‘은퇴 투어’처럼 보여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최대한 굵고 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피닉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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