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가 도덕책? 리더십 훈련서였다

유석재 기자 2024. 2.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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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논어』 강의

이한우 지음 | 천년의상상 | 1344쪽 | 15만원

공자의 말을 기록한 경전인 ‘논어(論語)’에 ‘예(禮)’라는 글자가 나온다. 무슨 뜻인가? 오래도록 사람들은 그저 예의범절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논어가 선비들의 정신 수양서라는 오래된 ‘오해’에서 벗어나 제왕학(리더십)의 고전으로서 다시 보게 된다면, 공자가 말한 ‘예’의 진짜 의미를 알아낼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예기’에서 공자는 ‘예란 일에 임해서 그것을 다스리는 것’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예가 없으면 장님에게 옆에서 돕는 자가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제 ‘예’를 ‘일의 이치’로 보게 되면 논어가 다시 읽힌다.

논어의 첫 대목에 나오는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불역낙호(不亦樂乎)’를 보자.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가까운 곳에 있는 벗이 찾아오면 즐겁지 않단 말인가. ‘붕(朋)’이란 사적인 친구가 아니라 공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를 의미하며, ‘원(遠)’에는 멀다는 뜻 말고도 공명정대하다는 뜻이 있다는 것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논어로 논어를 풀다’를 쓰고 논어등반학교를 설립한 저자는 논어라는 책이 말을 논해[論語] 말을 잘 알아들어[知言] 사람을 잘 알아보자[知人]는 책이라고 말한다. 공적 영역에서 일을 잘해 내기 위해서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할 것이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소통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실천서라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읽은 논어 속 공자는 기어이 일이 되도록 만드는 탁월한 현실주의자였으며, 일의 이치인 예(禮)와 일의 형세인 명(命)을 두루 헤아려 때에 맞게 적절하게 일을 성사시키는 권도(權道)와 시중(時中)을 추구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폭력이 아니라 사람됨의 힘으로 좋은 정치를 세상에 펼치려 했고, 이 불가능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현실에 구현하고자 애태웠던 사람이 쓴 리더십 훈련서가 바로 논어였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다시 논어를 읽다 보면 “은퇴해서 여유가 생긴 다음이 아니라 한참 현역일 때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저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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