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하루

박돈규 기자 2024. 2.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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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신생아가 가장 적게 태어나는 날은 언제일까? 이날은 제왕절개 수술 예약이 거의 없다피시하다. 젊은 부모보다 조부모의 반대가 꽤 심하다고 한다. 이날은 결혼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한 웨딩 플래너는 “10쌍 중 7쌍은 결혼을 피하고 싶어하는 날”이라며 “그래서 비용을 30~40% 할인해주는 식장이 많다”고 했다.

정답은 2월 29일이다. 윤일(閏日). 한자 윤(閏)에는 ‘잉여(쓰고 남은 것)’라는 뜻이 담겨 있다. 2월 29일은 올림픽도 월드컵도 총선도 아닌데 4년 주기로 돌아온다. 이날 출생하면 생일 축하를 4년에 한 번 받게 된다. 이날 화촉을 밝히면 결혼기념일도 4년에 한 번뿐이다. 그래서 제왕절개 수술도 결혼식도 기피하는 것이다. 올해가 윤년이다.

아주 특별한 하루

1년은 사실 365일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원래 자리로 오기까지 365.2422일이 걸린다. 해마다 0.2422일이라는 성가신 우수리가 생기는 셈이다. 4년 치를 모아야 1일쯤 된다. 달력(그레고리력)을 만들 때 ‘4년마다 한 번씩 1년을 366일로 하자’고 원칙을 정했다. 2월 29일은 공전주기의 작은 문제를 인위적으로 보정하기 위해 창조한 아주 특별한 하루다.

법정에 소환된 적도 있다. 징역형을 받은 수형자가 “윤일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감옥살이를 하루 더 하기 싫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상반기에 복역하는 사람은 하반기에 복역하는 사람보다 복역 일수가 3일 적다. 형기를 연월로 계산하는 방식이 수형자에게 늘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군대 복무도 윤일이 있든 없든 복불복이다.

자동차 정기 점검에서 틀어진 타이어의 정렬 상태를 바로잡는 것을 ‘휠 얼라인먼트’라고 부른다. 이 또한 균형 회복이다. 사람도 살다 보면 어느 날 평형을 잃고 기울어진 상태가 된다. 너무 이성적이거나 너무 감정적이거나, 너무 냉정하거나 너무 흥분하거나. 어쩌면 불균형이나 결핍을 평생 겪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80년을 산다면 윤일은 약 스무 번뿐이다. 허투루 보낼 수 없는 하루라 희소가치가 생긴다. 요즘에는 일부러 2월 29일을 찾아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주민번호가 960229로 시작하는 한 남자는 “윤년이 아닌 해에는 2월 28일에 통신사 축하 메시지를 받고 3월 1일엔 소셜 미디어로 축하를 받아 생일이 이틀에 걸쳐 이어진다”고 했다. 보라, 우수리의 가치를. 무용한 것의 쓸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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