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AI까지 결합 모자이크전…외국 떠도는 난민 600만 명

2024. 2. 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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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크라전 2주년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한 성직자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주민들의 장례식을 주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2주년을 맞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총성이 멎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 최전선의 참호·요새에선 병력과 물자를 ‘갈아 넣는’ 살육전·소모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쟁은 교착상태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초부터 러시아군 및 도네츠크 분리주의자들과 전투를 계속해온 동부 요새도시 아우디우이카에서 철수했지만 전황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2년을 넘기면서 국제사회는 군사·외교 면에서 현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전쟁 피로증 속에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하원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시사하면서 고립주의 회귀가 우려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유럽연합(EU)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호전성과 위험성을 자각하고 재무장과 자강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6월의 유럽의회 선거와 11월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의 결속은 더욱 가속화할 조짐이다.

유럽의 자각은 방위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영어 국제방송인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의 전체 국방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2022년 2400억 유로였지만 2023년 2800억 유로로 16.7% 늘린 데 이어 올해는 3500억 유로로 전년 대비 무려 30%가 증가할 예정이다.

방위산업도 전면적인 혁신에 들어갔다. 재선을 준비 중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군사 부문 생산력을 강화하고 무기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위산업 전략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1991년 소련 몰락과 냉전 종식 이후 계속됐던 유럽의 군축 분위기와 방위산업 생산력 약화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이야기다. 유로뉴스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EU가 백신·마스크·진단시약 등 방역물자를 공동으로 마련했던 것처럼 무기·탄약 등 방위물자도 공동 조달하는 프로그램이 방위력 강화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우크라이나의 10대 항목 평화안
- 2022년 11월 제안
① 자포리자 원전 안전

② 식량 안전
③ 에너지 인프라 보호
④ 포로 석방과 러시아로 데려간 어린이 석방
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전 국경으로 회복
⑥ 러시아군 전면 철수와 전투 중지
⑦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의 전쟁 범죄 기소
⑧ 카호브카 댐 파괴로 생긴 생태계 피해 복구
⑨ 러시아의 장래 불가침 보장
⑩ 다자간 평화회담

러시아의 평화안
- 프랑스24 보도(러시아는 부인)
① 2014년 이후 점령지 인정(우크라이나 전체 국토 17.5%)
② 우크라이나 아닌 미국과 협상

군사적으로 이번 전쟁은 과거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전으로 불리는 새로운 전쟁 방식이 대표적이다. 심리전·사이버 공격·난민 다량 유입 등 비군사적 수단을 군사적 수단과 혼합해 상대의 혼란을 가중하고 전쟁 의지를 꺾는 방식이다. 가짜뉴스·여론 조작·기만·영향력 공작을 앞세운 인지전도 전면화됐다. 디지털·위성·드론·레이더에 인공지능(AI)·알고리즘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전쟁 수행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모자이크전도 이번 전쟁에서 전개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투 방식도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드론·미사일 공격을 앞세운 새로운 전쟁 양상이 기갑부대를 앞세워 전선을 뚫는 기동전과 대규모 폭격 등 재래식 타격 방식과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서방의 고성능 무기를 공급받았으며 이들 무기 체계는 ‘게임 체인저’라는 소리도 들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쟁 초기 미국산 재블린과 영국산 엔로(NLAW) 등 대전차 미사일, 2022년 6월부터는 미국산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 포병로켓시스템)를 공급받아 전차부대를 앞세운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에는 미국제 에이브람스 전차와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등을 지원받아 6월부터 여름 공세에 나서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구축한 방어선을 뚫지 못해 별다른 전과를 얻지 못하고 10월 이후 러시아의 반격이 시작됐다.

러시아도 요격이 힘든 킨잘 극초음속미사일 등 전략 첨단무기를 전술용으로 전용하면서 전세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고성능 무기를 투입해도 전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내부 통제권과 전쟁 주도권을 동시에 장악하면서 3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전쟁을 끝낼 협상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11월 10개 안의 평화안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철수시키고 2022년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 인사를 전범재판에 회부하자는 주장 등 우크라이나의 ‘최대 희망사항’을 담고 있어 러시아로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초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크림반도 포함 우크라이나 전체 국토의 17.5%)를 인정받으면 전쟁을 중지하겠다며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에 협상을 타진했다는 프랑스24 등의 보도가 있었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빠진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는 사이 6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외국 생활을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전선과 후방에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되고 있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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