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피부 감싸는 침묵의 가해자
매일 입는 옷 ‘어두운 진실’ 고발
성분 표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종 합성 화학물질 질병에 노출
인체 무해한 안전한 옷 고르려면
천연소재 확인하고 중고도 효과적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올든 위커/김은령 옮김/부키/2만원
승무원 메리는 비행기 통로에서 음료 서비스 카트를 멈추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창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실 것을 묻기 전에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이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혀 왔고, 계속해서 헛기침이 나와 감청색 웃옷의 팔꿈치에 얼굴을 파묻었다.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해 온 그녀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승객들에게 사과한 뒤, 물을 따라 마시고 나서야 다시 음료 서비스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의 하소연을 접한 미국 항공승무원협회의 산업위생사 주디스 앤더슨은 조심스럽게 사실을 확인해 나갔다. 아무래도 유니폼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알래스카항공 새 유니폼을 잘라낸 60개의 옷감 샘플을 워싱턴대 연구실로 보내서 조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알래스카항공 승무원뿐만이 아니었다. 2016년 가을에는 아메리칸항공 승무원들 역시 새 유니폼을 지급받은 뒤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피해자가 속출하는 등 최소 3곳 이상의 항공사 승무원 수천 명이 새 유니폼을 착용한 뒤 병을 앓기 시작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수많은 승무원이 화학물질의 영향 아래 있던 유니폼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많은 이가 두드러기나 발진, 천식, 탈모 등을 겪었고, 어떤 승무원은 며칠 만에 호흡 곤란을 일으켜 응급실에 갔다. 또 어떤 승무원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직장을 잃고 마침내 인생이 무너졌다.
예를 들면, 프랑스 루이 14세는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녁 식사 전 검시관에게 냅킨과 식탁보를 피부에 문지르고 입에 대 보게 했고, 영국 헨리 8세의 시종들은 독극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침구 곳곳에 돌아다니며 입을 맞추곤 했다.
저자는 인도 티루푸르 공장을 방문해 옷감을 염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조사하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검사소에 가서 해외 배송 패션 제품의 유해 물질 검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현장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입으란 말인가. 저자는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누구나 안전한 패션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폴리염화비닐,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처럼 ‘폴리’로 시작하는 재료나 나일론, 아크릴 등을 피하라고. 실크, 캐시미어, 양모 등 천연 소재를 선택하라고. 안전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를 인증하는 단체들이 공인한 제품인지를 확인하라고. 채도가 높거나 지나치게 밝은색 옷을 피하라고. 새 옷을 사면 입기 전에 무향 세제로 세탁하라고. 중고 옷을 입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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