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 뜻 따라...‘울지마 톤즈’ 두 청년, 한국 의사 됐다

최혜승 기자 2024. 2.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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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백병원 임상실습과정 중 이태석 신부 흉상 앞에서 기념 촬영한 두 제자 토머스 타반 아콧(쪽)과 존 마옌 루벤 전문의. /뉴스1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온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의 두 제자가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23일 인제대학교 백병원에 따르면 2024년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가운데,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토머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 포함됐다.

토머스와 존은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2009년 한국에 유학을 와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석 신부는 대장암으로 선종(善終)했다. 두 사람은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위해 공부에 매진했고, 2012년 이태석 신부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학을 배우고 한국어까지 익히느라 녹록지 않았지만 인제대에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받으며 토머스와 존은 각각 83회와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존은 첫 시험 당시 실기 시험을 붙었으나 필기를 통과하지 못해 재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다. 토머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사람은 내전으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 하는 남수단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외과와 내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토머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가 부족해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택했다”고 했다. 존은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봤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택했다”고 했다.

토머스는 외과 의사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 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존도 부산백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술을 펼치며 후배 의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 수단 톤즈에서 선교의료교육활동을 펼칠 때 학생들과 즐거운 모습 /(사)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광주 가톨릭대에 편입했다. 천주교 사제가 된 이태석 신부는 2001년 남수단 시골마을 톤즈로 향했다. 당시 남수단은 내전이 채 끝나지 않은 전시였다. 이태석 신부는 이곳에서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벌이다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했다.

그해 이태석 신부에 대한 생전 기록을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가 개봉하며 이런 이야기가 알려지게 됐다. 2018년 남수단 정부는 “남수단 국민을 위한 ‘리’(이태석 신부)의 희생적 삶은 의료와 교육,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변화에 영향을 줬다”며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초중등 교과서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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