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끝난 '비전 프로' 허니문…"삼성 XR 기기, 보고 배워야"

윤현성 기자 2024. 2. 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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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무게·가격·두통 등 문제로 2주 내 반품 행렬
삼성, 퀄컴·구글과 XR 기기 출시 준비…비전 프로 단점 메꿔야
[샌프란시스코=뉴시스]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왼쪽)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가운데),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3사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의 첫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가 사전 예약 기간 20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초기 흥행 이후 곧바로 반품 행렬을 겪고 있다. 무거운 무게, 높은 가격 등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가 퀄컴, 구글과 동맹을 맺고 XR(혼합현실) 기기 개발을 추진 중인 가운데 비전 프로가 보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샘모바일,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이달 2일 정식 출시된 이후 얼마되지 않아 초기 구매자들의 반품이 쏟아졌다. 미국 법에 따라 애플은 출시 후 2주까지 별다른 제품 결함이 없어도 반품 및 환불을 허용하고 있는데, 출시 후 2주가 되는 지난 16일까지 적지 않은 양이 반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샘모바일은 비전 프로가 2주 내 반품 행렬을 겪은 이유를 두고 이용자들이 바라던 성능, 편의성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거운 무게, 어지럼증 등이다. 비전 프로의 무게는 600~650g 수준인데, 이정도 무게의 기기를 머리에 장시간 쓰고 있기는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비전 프로의 최대 경쟁작인 메타 퀘스트3의 무게는 515g에 그친다.

또 많은 이용자들은 비전 프로를 사용한 이후 어지럼증, 두통 등이 나타나서 반품을 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애플이 두통 등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3D 기기의 특성상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시' 현상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3499달러(약 465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워크플로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충분한 지원, 앱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비전 프로는 수백개의 전용 앱을 탑재한 채 출시됐고, 최근 전용 앱이 1000개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유튜브' 전용 앱 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첫 발표하면서 강조했던 업무 분야 활용도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쿠퍼티노=AP/뉴시스] 애플이 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 작용하고, 사용자의 눈동자와 손, 목소리로 이를 조종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23.06.06.


이처럼 비전 프로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가 선보일 XR 기기가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진행된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XR 삼각동맹을 깜짝 발표한 바 있다. 여전히 이들 3사의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올 하반기 XR 기기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비전 프로의 가장 큰 단점으로 무게가 지적된 만큼 삼성전자 XR 기기가 호평을 받기 위해서는 무게 500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XR 기기 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기기를 장기간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스플레이 부분에서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신 패널 기술 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 프로를 통해 터널시 등의 시야 문제가 확인된 만큼 더 넓은 시야 확보를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비전 프로의 수평 시야는 약 100도 수준이었는데, 눈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시야각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비전 프로가 겪은 앱 부족 문제도 삼성전자는 보다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분야 강자인 구글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오랫동안 동맹 관계를 이어온 만큼 비전 프로보다 더 많은 전용 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워크플로와 관련해서도 역시 삼성전자의 동맹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비전 프로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을 가해온 메타도 삼성전자와 VR 시장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메타는 이미 기어 VR 헤드셋에서도 협업한 전례가 있다.

또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이달 말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 방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는데, 핵심 주제인 AI(인공지능)과 더불어 VR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타가 퀘스트 시리즈를 앞세워 VR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만큼 메타와의 시너지도 삼성전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3499달러 수준의 비전 프로는 대중성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애플도 비전 프로가 대중보다는 전문가용에 가깝다고 밝혔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단기간에 사라져버리는 제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퀘스트3처럼 가격 면에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샘모바일은 "애플이 비전 프로 2세대를 내놓을 때까지는 최소 2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자신만의 장점을 통해 비전 프로를 제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라며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XR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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