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국민음식 '육개장', 생물 다양성에는 위협

문세영 기자 2024. 2. 23. 10: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뜨끈한 소고기 국물에 각종 채소가 버무려진 '육개장'은 한국의 대표 음식이다.

루이스 로만 카라스코 싱가포르국립대 생물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세계 각국의 음식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연구논문에는 육개장을 포함한 전세계 음식 20개의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크다는 결론이 담겼다.

이번 연구에서 육개장은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자원 소비가 비효율적으로 일어나는 음식으로 꼽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
육개장과 생물다양성의 상관관계를 살핀 해외 논문이 발표됐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뜨끈한 소고기 국물에 각종 채소가 버무려진 '육개장'은 한국의 대표 음식이다. 몸이 춥거나 기력이 딸릴 때 즐겨 찾는 '육개장'이 생물 다양성에는 위협이 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전세계 대표 음식 151개 중 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위 20개 음식에 육개장이 포함된 것이다. 

루이스 로만 카라스코 싱가포르국립대 생물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세계 각국의 음식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연구논문에는 육개장을 포함한 전세계 음식 20개의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크다는 결론이 담겼다. 생물다양성 발자국은 특정 제품을 생산할 때 쓰이는 자원이 생물다양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량화한 지표로 탄소발자국과 유사한 개념이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탄소발자국이 크다는 의미는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크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자원 소비'가 과도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에서 육개장은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자원 소비가 비효율적으로 일어나는 음식으로 꼽혔다. 

전세계 각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기존 과학자들이 생물다양성과 특정 작물 재배의 상관관계를 정리해놓은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데이터셋을 토대로 전세계에서 주로 먹는 151개의 음식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국 방송사 CNN과 글로벌 미식전문가이드 '테이스트아틀라스'에 소개된 인기 음식 목록을 정리하고 각 음식을 825칼로리로 표준화했다. 그런 뒤 각 음식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식재료들의 생물다양성 발자국을 계산했다.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경지 내 야생 포유류·조류·양서류의 다양성을 토대로 각 식재료의 생물다양성 발자국을 계산한 다음 이를 합산해 음식의 총 생물다양성 발자국을 도출했다. 발자국 점수는 재료가 현지 공급인지, 해외 공급인지, 산업적 대규모 생산인지, 소규모 양식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측정됐다. 

계산 결과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큰 상위 20개 음식이 선정됐다. 피카냐·슈하스코 등 브라질 스테이크, 살사베르데 포크, 치킨스프와 같은 다른 형태의 고기 요리, 강낭콩과 병아리콩 카레, 인도빵 이들리, 그리고 육개장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육개장을 ‘한국의 매운 소고기·채소 스튜’로 소개했다.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큰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콩, 쌀, 소고기, 닭고기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 음식들이다. 연구팀은 특히 인도반도의 채식요리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목초지로 전환시키고 있는 브라질의 고기 요리도 생물다양성에 위협이 되는 음식들이었다. 

반대로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작은 음식은 감자나 전분 등을 기반으로 한 음식들이 꼽혔다. 폼므 프리츠와 같은 프랑스 감자튀김, 카르토펠 푸퍼와 같은 독일 감자전이 여기에 속했다. 

이번 연구로 육개장이 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의견이다. 연구팀은 “우리가 조사한 음식이 반드시 대표성을 띠는 것은 아니며 국내총생산(GDP)가 높은 국가의 음식에 초점을 맞췄고 조리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특정 재료의 사용과 해당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쓰인 토지 등이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연구"라며 "우리가 선택한 음식과 재료를 어떻게 얻을지에 대한 고민이 다양한 생물종의 멸종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