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72% 인상" 요구···계속 번지는 ‘공사비 증액’ 갈등 [집슐랭]

김연하 기자 2024. 2.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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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덮친 비용 상승
부산진구 범천 1-1 협상 난항
전문업체에 용역 등 검증 채비
고척4·반포 등서도 "올려달라"
시공사들, 조합과 마찰 잇달아
[서울경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는 가운데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미분양 등의 여파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정비사업장에서 연달아 불거지고 있다. 시공사가 50% 이상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조합과 갈등을 빚는 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척4구역(재개발) 시공단인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조합측에 3.3㎡당 713만 원의 공사비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2020년 3월 계약한 3.3㎡당 447만 원 대비 59.5%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6월 시공단은 도급계약 이후 원자잿값 등이 크게 오른 데다 마감재 등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며 평당 716만 8000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조합은 도급계약에 따라 2022년 2월까지는 물가상승비용이 적용되지 않고 이후부터 실착공일까지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른 증액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시공단은 건설공사지수를 반영한 공사비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오랜 협상 끝에 시공단은 기존보다 3만 8000원 낮춘 3.3㎡당 713만 원의 공사비를 최종 제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협의 끝에 공사비를 일부 낮춘 것”이라고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도 지난달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2조 6363억 원이던 공사비를 4조 775억 원으로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당초 2019년 5월 기준 3.3㎡당 548만 원에 계약했지만 약 4년여 만에 829만 원으로 55%나 오른 것이다. 공사기간도 34개월에서 44개월로 늘었다.

이번 현대건설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 1조 4000억 원이 받아들여지면 조합원 분담금은 인당 6억 원 이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은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당초 오는 3월 말 착공과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공사비 협상이 지연되면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돼 고가 마감재 등 원자잿값이 높을뿐더러 아이스링크장과 오페라하우스 등 역대급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서 공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라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도 없어 조합원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서는 3년 새 72%나 치솟은 사업장이 등장했다.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비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 범천1-1구역의 공사비는 2021년 1월 기준 3.3㎡당 539만 원이었으나 약 3년 새 926만 원으로 올랐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년 새 72% 인상은 과도하다”며 민간 전문업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등 제3자 검증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도 최근 몇 년 새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지자체와 관련 협회 등에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하고 설계 변경이나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대부분 정비사업은 공사비 총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해당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시공사가 설계 변경 등으로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세부 구성내역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탓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준공사계약서가 나와도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미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공사비를 검증할 수 있는 제3자를 통해 정비사업이 장기간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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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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