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벌려다 휴대전화 먹통’…청소년 속이는 스팸알바 주의보

김화영 2024. 2.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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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홍보 문자 전송 알바, 바로 5만 원 입금해드립니다!'

시키는 대로 문자만 보내면 돈을 준다는 이른바 '문자 아르바이트'. SNS에서도 어렵지 않게 관련 광고를 찾아볼 수 있어 호기심 많은 청소년을 유혹하곤 합니다.

덥석 받은 이 아르바이트, 과연 정말 쉽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전화번호 480개에 광고 문자 전송"…매뉴얼 담은 동영상도

14살 중학생 문 모 양이 이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것도 친구가 SNS에 공유한 광고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는 후기에 끌린 겁니다.

문 양이 광고에 적힌 SNS 아이디로 대화를 걸자 '이벤트 담당자'의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매뉴얼이 담긴 1분 30초가량의 동영상, 문자로 보내야 할 광고 이미지, 문자를 보낼 때 주의사항까지 지시는 꽤나 체계적이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담당자가 보내주는 휴대전화 번호 20개씩 24묶음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고, 제공한 광고 이미지를 문자로 전송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담당자가 전송하게 시킨 이미지는 다름 아닌 '불법 스포츠 도박' 광고였습니다.

담당자가 문 양에게 전송하게 시킨 불법 스포츠 도박 광고 이미지


이동통신사는 스팸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개인이 하루에 보낼 수 있는 문자 건수를 500개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불법 스포츠도박 광고 업체는 청소년들을 이용해 하루에 약 480~490여 개까지만 보내게 시켜 이 제한 사항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겁니다.

■"번호 받고 안 하면 손해배상" 협박…결국 휴대전화 정지

중간에 수상함을 느낀 문 양이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오히려 안내한 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 양과 담당자 간 대화 재구성


3일간 진행하면 4만 원을 받기로 했다는 문 양, 시킨대로 했지만 돈을 받긴커녕 휴대전화가 먼저 먹통이 됐습니다. "부모님께 연락이 왔는데 이동통신사가 한 달간 휴대전화 이용을 정지시켜 전화도 문자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한된 문자 건수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왜 그럴까요? 이 역시 불법 스팸 문자가 난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동 장치가 작동됐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과 통신사 이용약관에서는 불법 스팸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전송자 명의의 휴대전화 이용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게 통신사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50조의4(정보 전송 역무 제공 등의 제한) ④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계약을 통하여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제50조 또는 제50조의8을 위반하여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에 이용되고 있는 경우 해당 역무의 제공을 거부하거나...

정보통신망법 제50조의8(불법행위를 위한 광고성 정보 전송금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금지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에 대한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덥석 아르바이트 했다간 형사처벌 가능성도

급하게 항의해봤지만 이미 담당자는 문 양을 차단하고 잠적해버린 뒤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에 따른 정당한 급여를 주지 않거나 협박하는 건 사기죄나 협박죄에 해당될 순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금액이 소액인데다 청소년들도 괜히 큰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신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문자 전송을 안내하는 일당이 주로 가짜 SNS 계정이나 대포폰 등을 활용하는 탓에 추적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찰청과 방통위 내 방송통신사무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 기관이 함께 합동 점검을 하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이미 도망간 상태로 빈 사무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문자를 보낸 청소년에겐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이런 불법 도박 광고 등 스팸 문자를 전송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가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됩니다.

관계 기관에서 꾸준한 홍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 이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어른들의 잔꾀에 속지 않도록 청소년들의 현명함이 발휘되어야 할 때입니다.

(영상편집: 김시우 /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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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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