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막히자 중형병원으로… “환자 30~40% 늘어”

고유찬 기자 2024. 2.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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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사흘째, 피해 확산

전공의들의 주요 대형 병원 이탈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22일 의료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됐다. 폭설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대기가 길어지거나, 치료가 어렵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대형 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은 중형 병원으로 몰렸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61)씨는 이날 오전 팔을 다친 아내를 데리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최씨는 “아내가 새벽에 집을 나서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팔이 부러진 것 같아 병원을 찾았는데 사정사정해도 치료가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눈길에 택시도 잘 안 잡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병상은 포화 상태였다. 응급실 입구 옆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남편이 서울대병원에서 통원 항암 치료를 받던 암 환자인데,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응급실 안에 병상이 없다고 해, 그나마 누워 있을 수 있는 대기실로 왔다”고 했다.

공공 병원도 환자들로 북적 -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행동에 들어간 지 사흘째인 22일 오전 서울 한 공공 병원의 외래 진료실 앞이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 병원뿐 아니라 전국의 공공 병원들에는 외래는 물론 수술 환자들까지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을 전전하던 환자들은 중형 병원으로 몰렸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형 병원 관계자는 “서울보라매병원에서 응급 환자를 안 받아서 이곳으로 환자가 이송되는 상황”이라며 “일일 평균 응급 환자가 80명 수준이었으나,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이후 100명을 훌쩍 넘었다”고 했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의료진 12명을 모두 투입해 응급실을 가동 중이라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형 병원은 이번 사태 이후 환자 문의가 30~40% 늘었다.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난 박모(55)씨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하혈을 해 이 병원을 찾았다. 처음 진료를 받은 동네 병원에서 대학병원행을 권해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노모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세브란스 응급실에서 ‘암 환자만 받고 있으니, 다른 병원을 찾으라’는 통보를 받고 여러 병원을 알아본 끝에 이곳에 왔다”고 했다.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에 근무하는 20대 미군 병사가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손가락이 골절된 이 병사는 분당 서울대병원이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가려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다른 의료진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22일 오전 한 대형 병원에서 만난 전문의 B씨는 피로를 호소했다. 그는 “어제 아침에 출근해 이틀째 밤새우며 계속 근무 중”이라며 “파업하는 전공의들이 이해는 되지만 일선 의료진 입장에선 체력적으로, 심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병동이 굉장히 어수선하고 보고 체계나 업무 분담 모두가 엉망진창”이라며 “인턴과 전공의들의 업무를 간호사들에게 억지로 떠맡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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