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가게에 동네 제품…‘페어링’으로 특산품 매장 한계 넘었다

최예린 기자 2024. 2. 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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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 참기름, 볶음참깨, 콩부각, 미숫가루. 지난 20일 찾은 대전 유성구 어궁동의 한정식집 '사랑담은' 입구에는 지역 생산품이 진열돼 있었다.

동네상점에서 판매할 지역 제품을 어궁동의 결에 부합하는 것으로 엄선한 뒤, 지난해 9~12월 여섯차례 상점과 생산자의 짝을 찾는 '페어링 파티'를 열었다.

가공 먹거리뿐 아니라 도자기, 패브릭·가죽 공예품, 문구, 관광 굿즈, 액세서리, 천연 화장품·세제 등 다양한 지역 제품을 어궁동 동네상점에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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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성격에 맞는 지역제품 ‘페어링’
어궁동 버전 ‘동네단위 유통채널’
지난해 9~12월 여섯차례 열린 대전 어궁동의 ‘안녕거리 페어링 파티’에서 지역 생산자들이 업체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윙윙 제공

탁주, 참기름, 볶음참깨, 콩부각, 미숫가루…. 지난 20일 찾은 대전 유성구 어궁동의 한정식집 ‘사랑담은’ 입구에는 지역 생산품이 진열돼 있었다. 어궁동은 어은동과 궁동 사이의 동네를 부르는 별칭이다. 김효임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게에 지역 생산자의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밥 먹으러 왔다가 “대전에 이런 제품도 있었어?”라며 지역 제품을 사 가는 손님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맛과 이야기, 정성이 담긴 건강한 밥상’이라는 사랑담은의 목표에 걸맞은 제품을 판매하니 식당 이미지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손님들에게 좋은 지역 제품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도 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자칭 ‘어궁동 엄마’인 한정식집 ‘사랑담은’의 김효임 사장이 지역 제품을 홍보하는 진열장 앞에 서 있다. 최예린 기자

어궁동에는 사랑담은을 포함해 지역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상점이 9곳 있다. 지역에서 우수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와 그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동네상점을 연결하는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곳이다. 어궁동의 청년들이 만든 ‘지역관리회사’(공공재원을 활용하거나 지역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지역 재생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운영 주체)인 ‘윙윙’이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공모에 선정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2021년 경기도 시흥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된 뒤, 2022년 충남 공주에 이어 지난해 전남 진도와 대전 유성구 어궁동이 사업 대상지로 뽑혔다. 대전시와 유성구가 지방비를 보탰고, 윙윙과 사회적기업 ‘복사꽃사람들’이 어궁동 사업의 시행을 맡았다.

대전 어궁동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사업’ 홍보 포스터. 윙윙 제공

윙윙은 어궁동의 동네단위 유통채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례와 차별을 꾀했다. 다른 동네단위 유통채널은 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동네에 상점들이 위치하고 한개의 상점 안에 여러 생산자의 상품을 모두 입점시켜 배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지역 특산품 매장의 형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궁동에서는 ‘페어링’(짝 맞추기) 개념을 도입했다. 꽃집인 스토리인가든과 도자기 꽃병 등 서로의 특성이 맞고, 지역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공유하는 상점과 생산자를 짝 맞춰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한 것이다. 동네상점에서 판매할 지역 제품을 어궁동의 결에 부합하는 것으로 엄선한 뒤, 지난해 9~12월 여섯차례 상점과 생산자의 짝을 찾는 ‘페어링 파티’를 열었다.

윙윙 로컬커먼즈 권인호 이사는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하듯 서로 결이 맞는 생산자와 상점을 연결해 최상의 시너지를 내고, 그런 상점이 모여 있는 어궁동을 ‘안녕거리’라 이름 붙였다”며 “이곳에 지역의 가치와 이야기를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상권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전 어궁동의 동네상점·로컬상품과 그 이야기를 전시한 공간인 ‘팝업 뮤지엄 에스에이티(Sat.)’ 안에 걸려 있는 안녕거리 동네상점 지도. 최예린 기자

이런 과정을 통해 꽃나래허브, 사랑담은, 스토리인가든, 타코야끼집, 나나히카리, 고고도시락 등 9곳의 동네상점과 회란커피로스팅, 피플앤보라, 우리술협동조합, 쌀한톨의무게, 건강생활연구소, 잔재주과, 오디너리크래프트, 커피1011, 콩드슈, 오케이 슬로울리, 아리공방, 에너지전환해유 등 22곳 생산자가 어궁동의 동네단위 유통채널에 참여했다. 가공 먹거리뿐 아니라 도자기, 패브릭·가죽 공예품, 문구, 관광 굿즈, 액세서리, 천연 화장품·세제 등 다양한 지역 제품을 어궁동 동네상점에서 판매한다. 지난 1월에는 어궁동의 동네상점 이야기와 로컬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인 ‘팝업 뮤지엄 에스에이티(Sat.)’도 문을 열었다.

권인호 윙윙 로컬커먼즈 이사가 지난 20일 한겨레와 만나 어궁동의 ‘동네단위 유통채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윙윙 로컬커먼즈 권 이사는 “앞으로 어궁동 안녕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제품의 유통채널을 넓히는 것을 넘어, 어궁동 사례를 통해 다른 동네상권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충청권 전체로 로컬 상품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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