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틀막 정권” 국민의힘 “종북좌파 숙주”···총선 앞 대정부질문 격돌

정대연·조문희 기자 2024. 2.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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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틀막 사과’ 요구에 한 총리 “적절치 않다”
‘민주화 이후 최다’ 9차례 거부권도 지적
여당은 민주당 위성정당 놓고 색깔론 제기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인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2.22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입틀막(입을 틀어막음) 정권’ ‘검찰독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종북좌파세력’의 국회 진입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항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을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국회의원, R&D(연구개발) 예산을 문제제기하는 카이스트 졸업생, 의대정원 문제를 얘기하는 의사들의 입을 줄줄이 틀어막고 있다”며 “어떤 규정에 근거해 이런 행위를 하는 거냐”고 따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가 원수에 대한) 경호규칙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앞선 입틀막 사례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는 거 아닌가”라며 “대통령을 위해하는 것도 아닌데 경호처에서 너무 과잉 반응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호처 대응을 보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 연상된다”고도 했다. 한 총리는 “국가 원수 경호는 국가 전체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특히 최근에 여러 정치인에 대한 위해도 있어서 매뉴얼에 따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이 “강성희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소아청소년과 의사회 회장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은 잘못했다는 것”이라며 “잘못했다는 걸 전제로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최다인 9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독재는 의회정치를 부정한다. 의회의 가장 큰 특징인 입법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법을 행정명령으로 무력화하는 것은 일종의 시행령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야당을 겨냥해 종북주사파, 반국가세력, 반헌법세력 등으로 매도하다시피하고 있다”며 “멀쩡한 사람 빨갱이 만들기는 한국 독재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독재에 이어 검찰독재가, 윤석열 정부가 한국 독재의 가장 못된 DNA(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고백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도 집중 거론했다. 송갑석 의원은 “불과 몇 년 전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탄핵까지 이르게 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를 겪었다”며 “김 여사는 공인으로서 국민의 신망을 받기보다는 수많은 논란과 의혹에 휩싸이며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명시적 사과를 요구한 것이 아님에도 윤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했다면서 “김 여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비꼬았다. 송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일정이 취소된 이유가 김 여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김 여사와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 수사에 형평성을 잃었다며 “수백만원짜리 디올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검찰이, 유권자도 아닌 당 관계자 등과 10만4000원짜리 식사를 한 것을 기소한다면 어느 국민이 정권의 검찰이라고 하지 국민의 검찰이라고 하겠느냐”고 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자기 가족과 관련된 입법”이라며 “여기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태와 경찰의 후속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치인 피습 사례를 거론하며 “박근혜 (당시) 당대표의 경우 (피습) 다음날 범인 이름을 공개했고,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경우 당일 범인 이름을 공개했다”며 “(이 대표 사건의 경우) 수단의 잔혹성이라든지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명백히 공개해야 될 사안인데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거듭 이 대표 피습 사건이 ‘테러’가 아니냐고 물었으나, 한 총리는 “검토하고 있다”며 답하지 않았다.

국회 대정부 질문의 실시된 22일 본회의장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빠져나가 썰렁한 가운데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색깔론을 제기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2014년 헌법재판소가 폭력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정당이라며 해산시킨 통진당 이정희, 이석기의 추종자들을 다시 국회로 불러들이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벌이고 있다”며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 종북좌파세력과 음모론자들의 국회 진출 숙주이자 교두보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스스로 종북정당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역사 전쟁’도 눈에 띄었다. 우신구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건국전쟁>을 언급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이 4.19 혁명 당시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다는 등 독재 정치를 했다는 부정적 서술만 존재한다”며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이뤄서 본격적인 자유시장 경제의 발판을 마련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우 의원이 정부 차원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 지원을 요구하자 “민간단체에서 건립 지원을 신청하면 관계 법령과 선례에 따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을 이재명 대표가 ‘정치 쇼’라고 주장한 것을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정부)도 의대 정원 확대를 꾀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며 “총선 유불리를 따져서 갈라치는 게 아니라면 민주당도 초당적 의료 개혁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쇼를 할 수가 있겠느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대표 주장이) 진정한 말씀은 아니지 않나 믿고 있다”고 했다.

제3지대에선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은 “헌법 8조2항에 보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며 “여야에서 만드는 위성정당은 모정당에서 의사 결정을 한다. 민주적 기본 질서에 완전히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대부분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면서 의석 곳곳이 텅 빈 모습이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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