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시끄러운거 싫어"… 쉽고 편안한 사랑 노래에 '푹'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2.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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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리스닝'음악이 대세
아이유 컴백 직후 차트 장악
장기하 작곡 비비 '밤양갱'은
고음 없이 몽글몽글한 가창
라이즈·투어스 등 아이돌도
세기말 향수 가득 복고풍으로
자극적 K팝에 반작용 확산
아이유 EDAM엔터테인먼트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아이유 '러브 윈즈 올')

'내가 늘 바란 건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비비 '밤양갱')

요즘 음원 차트 듣기가 쉬워졌다. 인기 대중음악이 듣기 편하다는 거야 너무 당연한 말이건만, 한동안 빠른 비트와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 복잡한 아이돌 세계관에 피로도를 느꼈던 청자라면 더더욱 요즘 차트가 반갑지 않을는지.

복잡한 것 없는 사랑 노래가 대세다. 아이유·비비·태연 등 실력파 여성 보컬들의 활약, 익숙한 1990~2000년대의 향수로 가득하다.

22일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100 차트는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이 차지했다. '라일락' 이후 2년2개월 만에 정식 발매된 아이유의 신보 미니 6집 '더 위닝'의 수록곡으로, 지난달 24일 선공개 후 약 한 달째 차트 1위를 유지 중이다. 팝스타로서 아이유가 가진 영향력도 크지만, 음악 자체의 기승전결 뚜렷한 극적인 서사, 익숙한 팝 발라드 장르가 '이지리스닝'을 추구하는 요즘 듣는 귀를 잘 저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수록곡 'Shh'는 패티김, 조원선, 뉴진스 혜인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보컬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고, '관객이 될게'는 아이유의 데뷔 초 감성이 떠오른다는 평과 함께 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지리스닝은 말 그대로 듣기 편안한 곡을 말한다. 곡 전개와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 곡, 혹은 곡 구조는 다소 복잡하고 새로울지라도 보컬이 고음을 내지르지 않고 편안하게 부르는 곡 등을 아우른다. 익숙한 올드 팝 스타일도 포함한다. 최근 1~2년간 유행한 4세대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 '하입보이',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등이 대표적이다.

비비 필굿뮤직

이런 흐름 속 비비의 신곡 '밤양갱'도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지난 13일 발표 후 빠른 속도로 멜론 차트 2위에 안착했다.

장기하가 작사·작곡해 비비에게 선물한 곡으로, 경쾌한 왈츠풍에 연인의 관계를 '달달한 밤양갱'에 빗댄 독특한 가사가 특징이다. 그간 '나쁜X' 등 힙합 스타일로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가수 비비가 몽글몽글한 느낌의 톡톡 튀는 보컬을 잘 소화해냈다.

'뉴트로'도 겨냥했다. 장기하가 구축해온 복고적 정체성에 비비의 트렌디한 음색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비비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50년 전에 태어난 그 시대 가수였다면 어떤 느낌으로 이 노래를 소화했을지 생각하며 불렀다"고 밝혔다.

이 밖에 태연의 '투 엑스'(6위),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잇'(10위) 등도 지난해 11월 발매 후 차트 장기 집권 중이다. 임희윤 음악 평론가는 "고음을 지르지 않고 어느 구절을 들어도 바이브가 좋은 곡들이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투어스 플레디스

파워풀한 춤과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히트곡 만들기엔 담쌓은 듯했던 보이그룹들도 라이즈·투어스를 필두로 '듣는 음악'을 내놓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1월에 갓 데뷔한 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의 신인 그룹 투어스는 친근하고 청량한 소년 느낌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차트 3위에 올라 있다. 라이즈의 '러브 119'(8위)도 1세대 아이돌 H.O.T.를 떠오르게 하는 익숙한 곡 전개에 '쾌걸춘향' 주제가로 유명했던 곡 '응급실'을 샘플링하며 향수를 자극했다.

걸그룹의 경우 이달 20일 신곡 '이지'로 컴백한 르세라핌이 1990년대 유행한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을 택했다. 이번 앨범에서 내건 메시지도 이런 의도를 잘 보여준다. "쉬워 보여? 내가 쉬워 보이게 만들었거든."

이지리스닝 유행은 한동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이나 인위적 설정이 강한 곡이 쏟아져 나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도 풀이된다. 김도헌 평론가는 "기존 음원 차트에 대한 피로도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기승전결이 잘 드러나고 코드 진행 등도 낯설지 않은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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