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사상 ‘의정부 아파트 화재’ …대법 “경기도 배상책임 다시 재판”

이슬비 기자 2024. 2.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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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사고 당시 모습. /조선DB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에게 경기도가 17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박모씨 등 유족 11명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경기도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는 지상 1층 주차장의 오토바이에서 처음 시작돼 순식간에 인근 아파트 2개 동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당시 아파트의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아 화염과 유독가스가 계단실을 타고 확산하면서 주민 5명이 숨지고 주민 130명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3개월 전인 2014년 10월 경기도의 지시에 따라 의정부소방서가 이 아파트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했지만,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점검을 나왔던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조사서를 작성해 벌금 100만원 약식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들은 경기도와 시공사, 감리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세 곳 모두 사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 공동으로 17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방화구획 등이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시공됐다면 화재시 유독가스 등의 유입을 충분히 방지·지연시킬 수 있었다”라며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소방공무원들은 특별조사에서 각 층 계단실 앞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적절한 지도·감독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위반”이라며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과 망인들의 사망 사이에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는 소방특별조사에서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률과 규정을 볼 때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됐는지 여부는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은 아니다”라며 “다만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조사 항목”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방공무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방특별조사에 관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아파트의 소방특별조사가 시행됐을 때 적용된 소방시설법 규정에서는 방화문의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가 ‘필수 조사 항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이 소방특별조사의 목적과 조사항목을 살펴 소방관들에게 방화시설을 점검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는데, 이를 누락하고 곧바로 직무상 과실을 인정한 것이 잘못됐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방대상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의 조사항목 범위에 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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