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게 끝난 ‘225억대 전세사기 일가’ 첫 공판…피해자들 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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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800채에 달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이용해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일가족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하지만 변호인이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재판이 허무하게 끝났다.
정씨 일가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0여명은 방청석을 지키고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는 이날 재판이 시작 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임대인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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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김수정 부장판사)은 이날 오후 사기·감정평가법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씨와 그 아내, 아들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정씨 일가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0여명은 방청석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정씨 일가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숨을 쉬거나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청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씨의 변호인은 아직 증거기록을 검토 중이라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재판장은 “지난해 12월 27일에 기소됐고 그 이후로 두 달 정도가 지나 첫 공판이 잡혔는데 어떻게 아직도 열람등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증거기록 등사신청을 했으나 이번 주 초에 증거목록만 수령했고, 다음 달부터 등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면 협조하겠다”면서도 “(보통은) 애로사항이 있으면 주임검사실에 이야기를 할 텐데 전혀 연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씨 일가에 대한 증거목록은 180장, 증거기록은 2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계약의 특성상 사기 고의 여부나 사기죄 성립 여부를 건별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를 살펴보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재판장은 “빠르게 협조하라”며 “아직 증거를 못 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호통 쳤다. 재판은 결국 검찰이 공소 요지 진술을 읊으며 마무리됐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3월 11일 오후 2시다.
정씨 일가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경기도 수원시 일대에서 8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갭투자로 취득한 뒤 부동산임대법인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세워 임차인 214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2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의 아들은 감정평가사로 아버지와 짜고 임대 건물의 가치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평가했다.
정씨 일가는 대출금이 700억원 이상인 채무 초과 상태인데도 보증금 돌려막기를 통해 임대계약을 이어왔다. 떼먹은 세입자 보증금으로는 상품권을 사들이거나 게임 아이템 13억원어치를 구매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직까지 피해자에 대한 변제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년의 피해자 B씨는 “자녀의 자취방을 얻어줬다가 이런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며 “등기부등본도 떼어보고 중개사한테 질문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돼, 애가 충격을 받고 부모한테도 미안해서 일 년이 다 지나도록 우울한 상태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는 이날 재판이 시작 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임대인 엄벌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피해자들은 일상이 무너지고 하루하루를 출구 없는 절망 속에서 보내고 있다”며 “악성 임대인 정씨일가를 엄벌해 피해자들이 한 줄기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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