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소형 오피스텔’ 월세 100만원···입지 좋은 곳은 그나마 품귀

김경민 기자 2024. 2.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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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사태로 월세로 전환 잇따라
비아파트 공급 물량 줄며 월세 ‘꿈틀’
청년월세지원사업도 문턱 높아 주름살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월세 100만원 이상 오피스텔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양승훈씨(27)는 최근 임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피스텔을 구하려 월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소형 오피스텔 월세가 100만원이 넘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양씨는 서대문구 일대에서 집을 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는 “사회초년생 월급이 200만~300만원인데, 반이 주거비로 나가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원룸 등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 사태로 기존 전세 임차인이 월세로 전환한 데다, 비아파트 공급 물량까지 줄면서 월세를 끌어올린 것이다. 초소형 오피스텔 주수요층인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지만 정부 대책은 마땅치 않다. 오는 26일부터 2차 신청을 받는 월 최대 20만원의 청년월세지원사업은 지원 대상 기준이 너무 높아 대다수 청년들은 소외될 수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09% 상승해 전체 면적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중·소형 면적(40㎡초과~85㎡이하)은 지난해 12월 월세 가격이 0.01% 하락해 오름세가 한풀 꺾였으나, 초소형은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 치솟는 것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전세사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기존 전세 임차수요가 월세로 대거 전환됐다.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의 전월세 전환율은 6.01%로, 201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 6%대를 돌파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수치로,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주거비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제도의 신뢰가 회복하기 전까진 월세 오름세가 이어질 것” 말했다.

수요는 늘었지만 신규 공급은 크게 줄었다. 건설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신규 오피스텔 개발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9년 약 11만실로 최고치를 달성한 뒤 지난해 1~9월 1만2800실로 급감했다.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을 합친 소형주택 재고량은 1인가구 증가 추세를 못 따라가고 있다. 주산연은 “소형주택 재고 증가량은 1인가구 증가의 76% 수준으로 약 9만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등 주요 업무지구나 환승역 등 교통 입지가 양호한 초소형 오피스텔은 월세가 100만원을 웃돌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면서 매물이 품귀 상태다.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중개사 B씨는 “이직하거나 사정이 생겨 이사를 가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연장해 매물이 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지난 21일 왕십리 일대를 돌아보니 오피스텔 월세 매물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행법상 19세~34세 이하인 청년 연령을 39세까지 올리겠다는 청년공약을 발표했다. 청년월세지원사업도 이 구상대로라면 신청 대상이 기존 만19~34세 이하에서 더 넓어진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수는 여전히 소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사업 당시 소득·자산 등 조건이 너무 높아 예산 대비 실집행률이 14%에 그쳤는데, 이번 2차 사업도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연령 기준을 넓히는 것보다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주거급여처럼 원가구의 소득, 자산을 심사하는 기준을 두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소득 등 산정 기준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고, 이미 집값이 너무 높아진 상태에서 주거 빈곤 겪고 있는 청년을 지원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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