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FBO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2024. 2. 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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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산업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대에 우리는 'FIRST(최초), BEST(최고), ONLY(유일), FBO'에 목말라한다.

한국의 위상을 G5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맹렬히 추격하는 후발주자는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혁신 선도국과의 격차는 바짝 줄여야 하는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FBO이기 때문이다.

FBO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전문가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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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산업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대에 우리는 ‘FIRST(최초), BEST(최고), ONLY(유일), FBO’에 목말라한다. 한국의 위상을 G5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맹렬히 추격하는 후발주자는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혁신 선도국과의 격차는 바짝 줄여야 하는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FBO이기 때문이다.

FBO를 학수고대하지만, 과학기술계나 산업계 모두 이전의 추격자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BO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전문가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깊고 물살 센 강을 건너 FBO의 언덕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느리고 답답하지만,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건너가야 한다.

먼저, 추격자 시대에 특화된 연구 인프라에 FBO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 연구시스템의 보완이 시급하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효시인 특정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한 지 어언 40년이 훌쩍 지나면서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연구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행 시스템은 R&D 과제의 입구 관리에 지나치게 엄격하여 도전·혁신·창의적인 연구 과제가 입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범용 과제는 입구 관리가 중요하지만, 개척형 과제는 입구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이원화 시스템으로 진화가 필요하다.

둘째, FBO 경험자를 우대하고 국가 R&D 시스템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에서 FBO 역량을 가진 연구자와 공학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FBO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지향하며, 전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시야와 함께 연구 결과를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FBO 경험은 쉽게 터득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자로부터의 노하우 전수가 절실하다.

셋째, 기다릴 줄 아는 국가 R&D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개념증명과 최소기능제품을 거쳐 본 모습이 드러날 때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R&D 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하고 사업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익숙한 R&D 거버넌스는 이제 재고할 때가 되었다.

넷째, 산학연이 서로를 진정한 혁신파트너로 인정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수평선 너머의 위협과 기회가 잘 보이지 않고 전 세계가 전투적인 경쟁모드에 진입한 시대 상황에서 산학연의 어느 주체도 단독으로 이 전환기를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대전환기를 맞이하여 산학연관의 자발적인 협업과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혁신파트너 관계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연구원의 기를 살리고 우수인재를 육성하는 실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FBO의 주체는 열정과 자긍심 높은 전문가다. MZ 세대가 주류 연구원 세대로 성장하는 지금 보상과 명예 없이 연구자들의 열정과 헌신을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효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 너무나 시급하다.

정부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전략기술을 선언하고,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체계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집결하는 과정에 있다. 일본 수출규제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었듯이 압도적인 FBO 확보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오늘, 내일 혹은 1~2년 만에 우리가 FBO로 넘어가는 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지금 놓아가는 징검다리 하나하나가 결국 대한민국의 FBO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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