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시유지 8377억 매각 '법 위반'…R&D센터 건축허가 '엉터리'

변해정 기자 2024. 2.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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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장영근 안양시 부시장 등 6명 징계·주의 요구
성남벤처펀드 출자 대상 아닌 기업 3곳에 70억 출자
[서울=뉴시스] 성남시청 전경.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경기 성남시가 법을 어기고 판교테크노밸리 인근 2만5000여㎡ 시유지를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에 소프트웨어(SW)진흥시설 부지로 수의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를 먹여 살릴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겠다며 체결한 수의 대부계약과 건축허가도 모두 엉터리였다.

관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운영 중인 '성남벤처펀드'는 그야말로 줄줄 새는 돈이었다.

감사원은 22일 이같은 내용의 성남시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남시에 대한 정기감사가 이뤄진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감사는 성남시가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수행한 업무가 대상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010년 7월~2018년 3월) 및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자료를 얻는 대가로 경찰관의 부정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복역 중인 은수미(2018년 7월~2022년 6월) 전 시장 시절 추진한 주요 사업과 현 신상진 시장때 진행된 사업 일부가 포함돼 있다.

감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는 총 11건이다.

관련자 수로는 7명이다. 이 중 6명에 대해 문책성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나머지 1명은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자격 없는 사업자에 고가의 시유지 수의매각 특혜

시는 지난 2020년 12월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 2만5000여㎡ 땅을 ㈜엔씨소프트, 삼성물산㈜,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수의계약으로 8377억여 원에 매각했다.

이 부지는 2009년 판교택지개발 당시 판교구청 건립 예정 부지였으나 임시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고, 시는 SW진흥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을 뒀다.

컨소시엄은 이 부지에 지상 14층·지하 9층 규모의 SW진흥시설을 짓기로 계획하고선 지난해 매각 대금을 모두 납부하고 소유권 이전도 마쳤다.

그러나 시는 소유권 이전 시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SW진흥시설 지정을 받지 않았다. 시유지를 수의로 매각하려면 과기부로부터 소프트웨어진흥시설 지정을 받아야 한다는 현행 법을 위반한 것이다.

알고 보니 시는 과기부 질의도 없이 임의로 SW진흥시설 지정 의무 조항을 협약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컨소시엄 측과 SW진흥시설 설치·지정신청 계획 관련 별도 협의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SW진흥시설로 지정받지 않아 수의매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고가의 시유지를 매각하는 혜택을 준 셈"이라면서 시에 SW진흥시설 지정이 신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또 수의매각 검토를 부실하게 한 당시 시청 팀장과 주무관에게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지난해 말 정년 퇴직한 당시 과장에 대해서는 추후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을 받도록 자료를 남기기로 했다.

안양시에는 당시 성남시 부시장을 맡아 구체적인 검토 없이 그대로 최종 결재를 한 장영근 현 부시장을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R&D센터 수의 대부계약에 건축허가까지 '엉터리'

시는 지난 2018년 11월 분당구 2만3000여㎡의 부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할 목적으로 A사에 20년간 수의로 빌려준 후 매각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시 측으로부터 2019년 10월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R&D센터를 짓는 건축허가와 2023년 5월 사용승인까지 완료했다.

현행 법 및 2018년 4월 시가 승인한 사업계획서와 조례 등에 따르면 R&D센터의 용도는 연구시설과 연구 기능을 지원하는 숙소·창고 등 지원시설로 한정되며, 5000명 규모의 연구직 일자리 창출과 야외공연장 구축·개방 등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연구·지원시설 대부료율은 재산평정가격의 1% 이상, 업무시설은 5% 이상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시는 시유지 대부계약 조건으로 '사업계획에 따라 최대한 노력한다'는 법적 의무도 없는 문구만 넣은데다 A사가 사업계획과 달리 건축물 용도를 업무시설 등으로 기재한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허가를 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R&D센터에 입주한 연구직 인력은 2484명에 불과하고 야외공연장도 설치되지 않았다.

또 건축물의 41%를 업무시설로 사용하는데도 대부료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은 시에 A사와 협의해 사업계획을 이행하도록 하고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업무시설에 대해서는 대부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수의 대부계약 및 건축허가 협의 업무를 잘못 처리한 당시 시청 팀장 2명과 주무관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버스 차고지 사용료 잘못 징수…줄줄 새는 '성남'벤처펀드

시의 공유재산 관리 미흡 행태를 더 있었다.

2009년 12월 분당구 2313.4㎡ 규모의 부지를 관내 시내버스 회사 2곳에 버스 차고지 목적으로 임시 사용허가를 하면서 사용 기간과 사용료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5년여 흐른 2015년 9월 자체감사에서 해당 부지가 사용료 징수 대상임을 알고서는 면밀한 검토 없이 공영주차장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뒤 시내버스 회사 측으로부터 이듬해부터 매월 총 192만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부지는 일반인의 이용이 제한되는 특정 회사의 버스 차고지로 독점 사용하고 있어 공영주차장으로 볼 수 없기에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료를 징수해야 했다.

감사원은 "사용료 부과 기준을 잘못 적용해 지금까지 22억여 원을 적게 징수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시에 주의와 함께 법에 의거한 사용료 징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또 시는 관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성남벤처펀드를 출자하면서 출자 대상이 아닌 기업에 출자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현재 운용 중인 10개 성남벤처펀드(4~13호)를 통해 출자받은 기업은 총 46곳이다. 그 규모만 총 636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2020년 9월 이후 주된 사무소가 아닌 지사, 연구소, 공장이 성남시에 소재한다는 이유로 출자받은 기업이 3곳이나 됐다. 출자금은 전체의 11%에 이르는 70억원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시에 소재하지 않는 기업에 출자하는 일이 없도록 벤처펀드 투자업무에 대한 확인·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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