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현대차 종류까지 구분…압도적인 정보력 보유"

박건희 기자 2024. 2.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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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이후 32년만 최고점 선 한국형 인공위성, AI 융합으로 '한 걸음 더'
국내 최초 30㎝급 초고해상도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 전 세계 약 10기 뿐
北핵무기까지 강력 감시 'SAR 위성'… "'초해상화' 등 인공위성-AI 융합 기술, 가장 유망"
국내 인공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 연구팀이 육각형 모양의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본체를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쎄트렉아이

1992년 여름, 남미 기아나 쿠르기지에서 한국 최초의 '인공 별'이 발사됐다. 이름은 '우리별 1호', 지구 상공을 100분에 1번씩 돌며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입자를 검출하는 임무를 맡은 국내 첫 과학위성이었다. 우리별 1호는 그해 광복철 축사에서도 언급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국인의 활동무대가 이제 오대양 육대주를 넘어 우주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2년이 지나 민간이 우주산업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연구진이 이번엔 세계 '최고급' 초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우주로 보낸다. 또 초소형 영상레이다(SAR) 위성을 여러 대 발사해 실시간으로 지상의 동태를 감지하는 전략적 위성 군집도 조성한다. '별의 눈'으로 지구촌 사각지대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고급 정보력을 보유한다는 목표다.

전 세계 총 10기 '월클'급 위성으로 '도로 위 차량'까지 구분...내년 3월 첫 발사
21일 오전, 대전에 위치한 쎄트렉아이 문지연구소 클린룸에서 제작 중인 '스페이스아이-티'를 만났다. 방진복을 갖춰입은 연구진이 육각형 모양 위성 본체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스페이스아이-티는 무게 약 700㎏, 해상도 30㎝급을 자랑하는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 관측 위성이다. 해상도 30㎝는 지상 위 물체를 30㎝ 단위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에서 지구 도로 위 차량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 실장은 "전자광학위성 중 세계 최고급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쎄트렉아이는 현재 스페이스아이-티의 본체와 탑재체를 제작 중이다. 본체 위에 일종의 카메라인 전자광학 탑재체를 얹으면 완성체가 된다. 완성한 인공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며 지상국과 교신하고 우주에서 찍은 지상 관측사진을 전송한다. 물리적으로 닿기 힘든 험지나 국제분쟁 지역의 모습까지 우주의 시야에서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초고해상도 관측 위성 보유여부가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현재 30㎝급 초고해상도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 등으로 전 세계 총 보유량이 10기가 안 된다. 지난해 12월 2일 한국이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도 30㎝급 해상도였다. 해상도 약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만리경-1호 위성보다 10배 더 높은 성능이다. 쎄트렉아이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당시 제작을 맡았다.

스페이스아이-티는 올해 11월까지 조립을 마친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성능시험을 거친다. 이후 2025년 2~3월 경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타고 우주로 간다. 쎄트렉아이는 2022년 6월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마쳤다.

성공적으로 1기를 발사하고 나면 위성 여러 대를 한 번에 제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김 실장은 "1기를 제작할 때 36~42개월 소요됐다"며 "개발 기술이 자리잡고 난 뒤엔 제작 기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1기의 기대수명은 7년 정도지만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이보다 길 것으로 예상한다.

"AI 기술, 인공위성 시장서 가장 돈 벌어들이는 분야될 것"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인공위성 연구 공장.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인공위성 본체에 실릴 탑재체 성능을 실험 중이다. /사진=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가 위성 본체에 전자광학탑재체를 싣는다면 한화시스템은 영상레이다(SAR) 탑재체를 싣는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공장에서는 연구원들이 탑재체 조립, 정렬 및 성능 측정 시험에 한창이었다.

SAR 탑재체는 레이다 장비다. 우주에서 지상이나 해양에 레이다파를 순차적으로 쏜다.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를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광학 카메라와 달리 빛이 없는 야간은 물론 악천후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주로 감시·정찰을 위한 군용 위성으로 활용된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4일 소형 SAR 위성을 제주 서귀포시 남해상에서 발사한 바 있다.

SAR 위성은 100㎏대 초소형으로 개발된다. 여러 대를 한번에 쏘아올려 군집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위성 간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신하면 지구 반대편까지 정보가 도달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R 위성 군집 조성은 현재 국내에서도 다부처 간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한화시스템과 KAI가 참여해 사업 선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정찰 목적으로 발사하는 SAR 위성인만큼 고해상도 기술은 핵심 요소다. 이 전무에 따르면 현재 가장 높은 해상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핀란드다. 핀란드 초소형 인공위성 업체 아이스아이(ICEYE)는 지구 상공에서 지상 위 물체를 20㎝까지 분별하는 기술을 보유중이다. 한화시스템이 현재 개발중인 SAR 위성의 해상도는 50㎝ 급이다.

탑재체 자체의 해상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초해상화' 기술도 급부상 중이다. 데이터 처리를 통해 저해상도 탑재체로 촬영한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 전무는 "50㎝급 해상도로 찍은 촬영물을 30㎝ 해상도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저해상도 탑재체와 고해상도 탑재체의 단점을 상호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질은 낮지만 고해상도 탑재체보다 넓은 범위를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저해상도 탑재체의 촬영물을 AI를 통해 고해상도로 개선하면 촬영 범위와 해상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성이 보내는 영상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 기술 적용에 어려움이 크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에스아이에이(SIA), KAI 등이 초해상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전무는 "위성 서비스 중 향후 가장 돈이 될 분야는 위성 개발도, 위성관제시스템도 아닌 인공위성 데이터-AI 융합 기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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