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유족 17억 배상 판결 뒤집혀…소방 과실 다시 따져야

이지혜 기자 2024. 2. 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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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에게 경기도가 17억원을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8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들에게 1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화재 3개월 전인 2014년 10월 이 아파트에 대한 의정부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도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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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특별조사 ‘날림’ 드러났지만
대법, “필수 점검 항목 아니다”
지난 2015년 1월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열린 유관기관 합동 현장감식에서 감식반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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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에게 경기도가 17억원을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사고 3개월 전에 실시된 의정부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가 사실상 ‘날림’으로 진행됐음에도 당시 소방공무원의 직무상 과실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8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유족들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들에게 1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5명이 숨지고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원고들은 이 화재로 사망한 주민들의 유족이다.

당시 화재는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시작됐지만, 화염이 출입문을 통해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확산됐다. 특히 아파트 방화문에 화재시 문을 자동으로 닫아주는 장치인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가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설계도면과 달리 전기케이블통로(EPS)실에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고 외벽도 벽돌로 쌓지 않는 등 방화구획화를 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화재 3개월 전인 2014년 10월 이 아파트에 대한 의정부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도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점검을 나왔던 소방공무원들은 완강기 정상 작동 여부나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조사서를 허위 작성해 벌금 100만원 약식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에 유족들은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사,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1월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열린 유관기관 합동 현장감식에서 감식반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유족들에게 1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아파트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제대로 설치되고 전기케이블통로실의 방화구획이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시공됐다면, 화재로 인해 각 층 복도로 유독가스 등이 유입되는 것은 충분히 방지·지연시킬 수 있었”고 “소방공무원들이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적발했다면 이를 설치하도록 조치를 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심은 항소 기각으로 다시 한번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는 소방특별조사에서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률과 규정을 볼 때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됐는지 여부는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은 아니다. 다만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조사 항목”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방공무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방특별조사에 관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대법원 판단의 배경에는 2011년 소방시설법 개정이 있다. 당시 법 개정으로 ‘소방검사 제도’가 폐지되고 ‘소방특별조사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방공무원이 대상이나 방법에 제한 없이 모든 소방시설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과거 방식이라면, 소방안전관리에 대한 ‘자기 책임’을 강화하고 소방검사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화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 취지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소방특별조사가 시행됐을 때는 방화문이 ‘필수 조사 항목’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구 소방시설법령에서 정한 소방대상물에 대한 소방특별조사의 조사항목 범위에 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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