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 선발 가속… 융복합 교육과정·진로설계로 ‘쏠림’ 막아라

인지현 기자 2024. 2. 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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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대학 성공사례와 과제
이대생 63% “입학후 전공선택”
학과 탐색 경험 점점 중요해져
서울대 1:1 상담 프로그램 지원
성균관대는 전공 이수학점 하향
이대, 비교과 확대 트랙 만들어
학문 다양성 보장 설계 잇따라
대학들이 융합인재 육성을 위해 자유전공 선발을 확대하면서 특정 학과 쏠림 현상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로설계를 지원하거나 교육과정을 새로 개발하는 등의 대학 재구조화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는 모습. 연합뉴스

‘자유전공(무전공) 선발’이라 불리는 계열별 선발을 통해 5년 전 성균관대에 입학한 허정원 씨가 1학년 말 전공을 결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학교가 배정한 전공 및 진로설계 멘토의 역할이 컸다. 막연히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허 씨에게 당시 신설된 컬처테크놀로지 융합전공의 커리큘럼을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허 씨는 해당 전공 설명회에 참석한 후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등을 토대로 진입 신청을 해 2학년 때부터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도 전공을 살려 외국계 퍼블리싱 대기업에 취직했고 현재 A&R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허 씨는 “1학년 때부터 정해진 전공과목만 이수하게 되면 막상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아도 다른 길을 설계하기 어렵지만, 미리 다양한 전공을 직간접적으로 탐색하고 2학년 때 진입하게 되니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자유전공 선발 확대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교육부가 올해 국고지원 사업 대상 결정 시 자유전공 확대 대학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당장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자유전공 선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대학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허 씨와 같은 우수사례 확산 여부는 결국 대학의 학생 지원 체계 구축·교육과정 혁신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전공 울타리를 벗어난 학생들이 소수 ‘취업 보장학과’로 쏠리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세심한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 학생이 여러 전공을 동시에 이수하도록 해 비인기 학문까지도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학의 융복합 교육과정 설계 역시 중요하다.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자유전공 선발이 대학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방대한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자유전공 학생의 경우, 전공 선택 과정에 있어 입학 이후의 의사결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자유전공을 선도적으로 시도해온 대학의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이재영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해 이화여대 자유전공 학생 모집단위인 호크마교양대학 재학생 및 전공 진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학 후 전공을 선택했다는 비율이 63%에 달했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입학 후 2∼4개가량의 후보를 두고 희망 전공을 탐색했다’는 학생유형이 46%로 가장 많았고, ‘희망 전공이 불분명해 광범위하게 탐색했다’는 유형은 17%였다. 이는 학생들이 당초 취업에 유리한 특정 학과 진학을 결정한 채 자유전공을 선택한 것이 아니며, 학내 경험에 따라 다양한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학생들에게 호크마교양대학에서의 전공탐색 경험이 전공 진입 이후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물었더니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판단’ ‘다양한 분야의 선후배 및 동기와의 네트워킹’ ‘다양한 전공탐색을 통한 관점의 확장’ 등이 언급됐다.

학생들의 특정 전공 쏠림이 일차적으로 다양한 전공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기인하는 만큼, 대학은 촘촘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자유전공 선발을 시도해온 대학들은 일찌감치 전공탐색 교과목과 프로그램 개발, 전공박람회 개최, 멘토링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123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2025학년도부터 학부대학으로 확대·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서울대의 경우, ‘아카데믹 어드바이저’가 상주하는 전공설계지원센터에서 1대1 전공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매해 전공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28명의 전공 멘토와 100여 명의 멘티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입생 100% 자유전공 선발, 무제한 전과 허용을 특징으로 하는 한동대는 온·오프라인에서 학생의 전공 설계를 상시적으로 돕는 아카데믹 어드바이저가 활동 중이며, 팀 담임 교수 및 소속 학부장과의 협력을 통한 ‘전공선택 숙려제’를 운영 중이다. 성균관대의 경우, 졸업생의 진로·취업·수업 빅데이터를 분석해 재학생에게 맞춤형 자료를 제공하는 ‘챌린지스퀘어’ 시스템과 학생 학업·진로를 돕는 ‘성균 멘토’ 운영이 특징으로 꼽힌다.

자유전공 선발 학생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전공 학점은 줄이되 복수전공, 부전공 등을 확대해 특정 전공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부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들은 이를 통해 비인기학문의 수강 기회도 늘어 자연스럽게 특정 전공 쏠림의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예로 성균관대는 전공 이수 학점을 하향 조정해 전공 간 벽을 낮추는 한편, 복수전공·융합 트랙·마이크로 디그리 등 다전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2022학년도 계열별 입학생 가운데 전공 진입 대상자의 93.8%는 다전공제도 등을 통해 1지망 전공에 진입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도 있다. 학교 자체적으로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해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이화여대 텔로스(TELOS) 전공 트랙제가 그 예로, 학생은 트랙에서 요구하는 전공 및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복수전공을 신청하지 않아도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2023학년도 2학기 기준 5개 유형·94개 트랙이 운영된 바 있다.

물론 활용도가 높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학생 선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만 자유전공 선발을 지속해온 대학 관계자들은 “사회적 흐름, 학생 수요에 맞게 학과가 재편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신입생 100% 자유전공 입학 및 무제한 전과 허용을 특징으로 하는 한동대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부의 경우, 교육과정 개선, 학생과의 상담 강화 등 노력으로 오히려 학생 수가 다시 증가하기도 했다”며 “학부 간 선의의 교육 경쟁이 지속하면서 학생 수 미달 때문에 전공이 통폐합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지현·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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