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2000명' 이 숫자가 바뀔 수 없는 이유는…

박종진 기자 2024. 2. 2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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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의대 증원·그린벨트 해제가 총선용?…윤 대통령 "약속 지킨다"

[울산=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1.

"(지난 대선 과정에서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에서 올해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도입된 지 약 50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편됐으니 거기에 맞게 해제 기준 등을 손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확대와 함께 총선을 앞둔 민심잡기용 정책이란 시각도 있지만 일련의 발표에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우선 국가균형발전 측면이다. 윤 대통령은 성장동력 확보 등 국가적 문제의 해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저출생 대책만 해도 과잉 경쟁의 해소를 근본 대책으로 판단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지역이 발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지역발전의 선결 조건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분분한 논쟁도 있지만 윤 대통령은 '사람'에 방점을 찍는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가 지역에서 제대로 배우고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고 살 수 있어야 그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사람을 붙잡으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인 '문화'가 필수다. 윤 대통령이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산업 수도 울산의 발전을 위해 '문화 인프라'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문화 인프라를 떠받치는 기본이자 핵심인 영역을 의료와 교육으로 여긴다. 의료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도 국가 설계의 근간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기준 손질 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추진돼온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다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신규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 등을 대동하고 약 1년 전 울산을 방문해 경제인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그린벨트 해제 건의가 나왔다. 당시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40년 교수 생활하면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10번 넘게 참석했지만 참석자들의 질문에 주무장관이 일일이 메모하고 답변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울산=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4.02.21.

'성역'처럼 여겨졌던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푸는 조치에는 윤 대통령의 실용적 사고방식도 녹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라는 것도 국민이 잘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니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건 풀어야 한다"고 했다.

KTX 울산역과 도심의 연결성 문제를 거론할 때는 예전에 택시를 탔을 때 냈던 요금 액수까지 말하면서 "택시비가 많이 든다"고 거듭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이 당장 생활하는데 불편한 건 최대한 신속하게 바꾸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인식이다. 직업 정치인으로 여의도에 머물러 온 게 아니라 검사 시절 전국 각지에서 살면서 근무한 까닭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필요에 따른 실용적 접근이 포퓰리즘은 아니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눈앞에 인기를 위해 실제 효과와 무관하게 재정 등을 쏟아붓는 포퓰리즘 정책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그린벨트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먼저 '약속'을 말했듯 국민 앞에서 공언한 일련의 정책 발표는 번복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윤 대통령의 주변 참모들은 대통령이 직접 밝힌 '2000명 의대 증원'의 숫자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이다.


尹정부, 환자 버린 의사에 '법정 최고형' 구형 등 엄정 대응

대통령실, '전선 이탈한 군인'과 다름없다 생각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2.20.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보고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 현장을 떠나는 행위를 비롯해 사실상 파업을 조장하는 주동자 등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하고 이후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봐주기 없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한 법집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수십 년간 반복돼온 것처럼 이번에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무릎을 꿇는다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어떤 개혁도 앞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한의 규모'라고 이미 못 박은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2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초기에 엄정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범부처 대응을 본격화한다. 먼저 이날 오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관계 장관 회의는 수시로 열릴 것이며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조치가 빠르게 협의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와 행안부, 검찰과 경찰이 회의를 주도하되 필요에 따라 관계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의료 공백을 막는 일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사태의 장기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거나 개원의 등 다른 직역으로 업무 이탈이 확산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정부의 행정명령을 거부한 의사들을 상대로 행정처분은 물론 사법 절차에도 신속하게 돌입한다.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이달 6일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의료법 제59조(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에 근거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 또한 검찰과 협력해 주동자 등을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시·도 부단체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비상진료체계, 지자체 대응사항 및 협조사항 등을 논의했다. (공동취재) 2024.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징역형 구형과 의사 먼허 취소 등도 적극 검토한다. 의료법 제59조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죄질이 나쁜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재판 결과 등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 처분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법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가장 강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500명 증원 수준으로 타협해 합의할 것' 등과 같은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단호하다. 전날 윤 대통령은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은 '끝까지 설득하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조치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군인이 전선을 떠난 수준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군인이 불만 있다고 총 버리고 이탈해버리면 국가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는 군인이나 의사나 똑같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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