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장 51곳 ‘후임 공백’…낙천·낙선자 위해 비워뒀나

고경주 기자 2024. 2. 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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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이 공석이거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넘겨 근무 중인 공공기관이 51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겨레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누리집 '알리오'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공공기관 342곳(부설기관 포함) 중 51곳(14.9%)의 기관장이 공석(24곳)이거나, 임기 만료(27곳) 상태였다.

공공기관장 임기는 3년으로, 연봉 수준도 높아 '보은성 인사' 자리로 활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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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공기관 342곳 전수조사
공석이거나 임기만료 15%
4년 전 총선보다 갑절 늘어
선거 뒤 ‘보은성 인사’ 우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넘겨 근무 중인 공공기관이 51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공공기관 중 15%에 달하는 수치로 4년 전 총선을 앞둔 시점과 견주면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총선 이후 낙천·낙선자들 몫으로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를 챙겨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겨레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누리집 ‘알리오’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공공기관 342곳(부설기관 포함) 중 51곳(14.9%)의 기관장이 공석(24곳)이거나, 임기 만료(27곳) 상태였다. 임기가 만료된 뒤에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전임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21대 총선을 앞뒀던 2020년 2월21일 당시 전체 공공기관 363곳 중 공석(17곳) 또는 임기 만료(12곳)인 곳은 29곳으로 전체의 7.9%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자리까지 더하면 100여곳, 올해 하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에 가까운 150여곳의 공공기관이 기관장을 새로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무부처별로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9곳(한국관광공사·한국저작권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국제방송교류재단·태권도진흥재단·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공석 6곳, 영화진흥위원회·한국문화정보원·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 임기 만료 3곳)으로 가장 많다. 국무조정실은 6곳(한국교육개발원 공석 1곳, 과학기술정책연구원·육아정책연구소·한국교통연구원·한국직업능력연구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 임기 만료 5곳)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공석 4곳, 임기 만료 1곳)와 보건복지부(공석 1곳, 임기 만료 4곳)가 각각 5곳으로 뒤를 이었다.

기관장이 장기 공석인 곳도 여럿 있었다. 학교법인한국폴리텍은 조재희 전 이사장이 지난해 3월3일 사퇴한 뒤 아직까지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태권도진흥재단, 국립대구과학관은 지난해 6월 기관장 사퇴 뒤 8개월 가까이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장이 없는 기관들에선 ‘국정감사 대비 등 일상 업무가 어렵다’는 내부 불만이 나온다.

공공기관장 임기는 3년으로, 연봉 수준도 높아 ‘보은성 인사’ 자리로 활용되곤 한다. 알리오를 보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8538만원(2022년)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2억9575만원, 한국벤처투자 2억6948만원, 강원랜드 1억9718만원 등 기관장 연봉이 평균 이상인 곳들도 모두 공석이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한국처럼 공공기관 자리를 비워두고 정치권 인사들을 뿌리는 경우는 없다”며 “권위주의 정권에서 있었던 후진적 현상이 관행처럼 굳어져 지금까지 온 건데, 깨부숴야 할 망국적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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