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 강요…이마트24의 ‘갑질’

반기웅 기자 2024. 2. 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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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 적자 가맹점 ‘단축 요청’ 묵살…심야 영업 강제 첫 제재
판촉비, 4년간 61억 점주에 떠넘겨…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이마트24 편의점은 코로나19 시기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거리 두기로 인근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데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면서 손님이 거의 끊겼다.

심야영업으로 인한 손해도 컸다. 실제 2020년 8월 해당 편의점의 심야시간 영업손익을 따져보니 78만원 이상 손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심야영업으로 버는 돈은 5만2133원인데 인건비로만 7만7310원이 나갔다. 심야영업을 할 때마다 2만5000원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었다.

점주는 이마트24 가맹본부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했지만 본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심야영업을 이어갔다. 이듬해 한 차례 더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한 해당 편의점은 2022년 5월 끝내 폐점했다. 이처럼 적자 상태인 가맹점에 심야영업을 강제한 이마트24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21일 공정위는 이마트24 가맹본부에 시정명령·경고와 함께 과징금 1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가맹점에 대한 심야영업 강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24 가맹점주 A씨(서울 마포구 영업)와 B씨(충남 서천군 영업)는 2020년 9월과 11월 심야시간대 영업손실이 커지자 가맹본부 측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가맹본부는 직전 3개월 동안 해당 편의점에 심야 영업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영업시간 단축을 허가하지 않았다.

서천군 가맹점의 경우 해당 권역 담당자가 점주의 영업시간 단축 요구가 타당하다는 내부 문서까지 올렸지만 가맹본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가맹점은 영업시간 단축 요구 직전 3개월간 심야영업으로만 월평균 120만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직전 3개월 동안 심야영업 시간대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해당 요구를 허용하지 않으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마트24는 2021년 6월 공정위 현장 조사가 진행된 뒤에야 해당 가맹점 2곳의 영업시간 단축을 허용했다.

이마트24는 또 2018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6개 점포의 양수·양도 과정에서 점포의 실운영자가 같은 단순 명의변경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양수도의 경우와 동일하게 가맹금을 수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마트24는 2018~2021년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신세계포인트 제휴·쓱페이 적립 등 판촉행사를 하고도 집행 내역을 법정 시한 이내에 가맹점 사업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해당 기간 이마트24가 가맹점주들에게 지운 판촉행사 비용은 61억7300만원에 달한다.

류수정 공정위 가맹거래조사팀장은 “이번 조치는 가맹본부가 심야시간대 영업적자를 보는 편의점에 대해 24시간 영업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한 첫 사례”라며 “향후 다수 가맹점주의 권익이 보호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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