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24〉 백서향(Daphne kiusiana Miq.)

2024. 2. 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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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존재를 알리는 꽃나무, 백서향
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꽃시장에 나가보면
, 향기가 멀리 간다는 의미에서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으로 불리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백리향섬백리향’(울릉도 특산)은 꿀풀과 식물이다. ‘백서향서향’(중국 원산)은 꽃 향기가 좋아서, 천리향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목서, 금목서(이상 물푸레나무과)와 돈나무(돈나무과) 또한 향기가 좋아서, 만리향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팥꽃나무속은 공통적으로 향기가 좋다. 국내 자생 팥꽃나무속에는 팥꽃나무, 두메닥나무, 백서향이 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백서향은 꽃받침통에 털이 없다는 차이점을 들어, 2013년에 제주백서향으로 신종 발표되었다.

백서향(白瑞香)은 꽃이 흰색으로 피고 상서로운 향기가 난다고 하여 백서향이라고 부른다. 중국 원산 서향은 꽃이 홍자색으로 핀다.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은 향기가 진한 편이다. 백서향, 납매, 매화, 수선화가 그렇다. 이 때는 수정을 도와 줄 벌, 나비 등 곤충이 드문 시기여서 진한 향으로 멀리 있는 곤충에게 꽃이 핀 것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겨울에 피는 꽃의 향기는 식물에게는 자손을 남기기 위한 몸짓인 것이다
. 백서향 꽃통은 깔때기 모양으로 길고 좁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라일락, 정향나무, 목서, 금목서와 마찬가지로 백서향 또한 벌 보다는 나비나 나방에 의해 수분매개가 이루어진다.

백서향(Daphne kiusiana)은 상록 활엽 관목으로 높이 1정도로 자란다, 전세계적으로 중국, 일본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및 제주도에 분포한다. 추위에 약하므로 남부지방에서도 따뜻한 곳에서만 생육이 가능하다.

잎은 어긋나며
, 길이 2.5~8, 1.2~3.5,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밑부분은 점차 좁아져서 짧은 잎자루와 이어진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1~4월에 개화하며, 흰색으로 전년도에 나온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꽃받침통에 잔털이 있으며, 열편은 4개이다. 열매는 장과로 달걀형의 주홍색이고, 길이 8정도로 5~7월에 성숙하는데, 독성이 있다고 한다. 수피(나무껍질)는 감청색(紺靑色)이며, 가지가 사방으로 많이 나와 전체적으로 둥근 수형을 이룬다.

백서향 열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반음지에서 잘 자라며 건조에는 강하지만, 과습에 약해서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생육이 양호하다. 암석이 많은 사질양토에서 생장이 양호하며, 숲 가장자리에 주로 자란다. 추위에 약하므로 남부지방에서도 따뜻한 곳에서만 생육이 가능하다. 숲 속 하부에서 자라는 상록성으로, 내음성은 강하나, 추위에는 약한 편이다. 여름에 성숙한 열매를 채취한 다음 과육을 제거하고 직파하면 좋다, 6~7월경 장마철에, 새로나온 가지로 삽목하는데, 발근율은 낮은 편이다.

백서향은 습한 곳을 좋아하되, 과습하면 뿌리에 흰가루병(白粉病)이 뿌리에 발생하여 말라죽고 만다. 이 병은 잎이나 줄기가 누렇게 변하면서 말라죽게 하는 병으로서, 이럴 때 뿌리를 파보면 하얀 실부스러기 같은 균사가 가득 붙어 있다. 병징이 가벼울 때는 뿌리를 파고 꺼내서 발병 부분을 잘라버리고 살균제로 소독한 다음 새로운 흙으로 바꿔서 다시 심도록 한다. 병징이 심할 때는 포기 전체를 뽑아서 태워버리고, 주변의 흙을 토양훈증제로 소독해준다.

백서향 꽃

원예·조경용

겨울부터 봄까지 피는 향기로운 흰 꽃, 여름부터 가을까지 달리는 붉은 열매, 사철 푸른 잎이 어우러져 관상가치가 매우 높다. 자라는 속도가 더디고, 따로 전정을 하지않아도 단정한 수형이 만들어지는 장점으로 분재용으로 흔히 재배하며, 야생화 전시회에 단골로 출품되는 식물이기도 하다. 월동이 가능한 남부지방에선 정원, 공원, 화단 조성용 소재로 활용한다. 중부 이북 지방에선 잎, , 열매를 감상하는 실내 관엽?반려 식물로 활용하면 좋다.

천사의 섬신안군은 1004개 섬마다 대표할 수 있는 꽃을 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비금도에는 해당화를, 신의도에는 먼나무를, 우이도에는 백서향을 대표 꽃으로 조성하고 있다. 신안군은 1004섬 전체를 국가 섬정원으로 지정해서 향후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꽃으로 특색있는 지역 경관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도 백서향을 서식지외 보전하고 있다. 알파인하우스 동북아시아전시관에서 백서향을 만나볼 수 있다. 머잖아 다음 달 2월이면 감미로운 향기로 존재를 드러내는 백서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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