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광주 지주택 사업 놓고 ‘골머리’... “울며 겨자먹기로 15% 할인분양”

이미호 기자 2024. 2.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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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추가부담금 리스크에 ‘악성 미분양’까지
입주 앞두고 시행사측과 조합측 대립각
“문제 없이 완공” 시공사는 책임 없을까

현대건설이 광주광역시 북구 신용동 힐스테이트더리버(지역주택조합)를 완공했지만 7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분양에 참패하면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였고, 코 앞에 닥친 입주시점 전까지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감수하면서 전부 입주할지 여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공사현장.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21일 조선비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신용동 힐스테이트 더 리버는 현재 15% 할인분양 가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시행사 대표는 “오는 28일 총회에서 할인분양이 긴급 안건으로 반영돼 있다”며 “총회가 끝나야만 계약서 발행이 가능해 현재 가계약 상태로 받고 있다”고 했다. 84A㎡의 경우, 당초 분양가는 약 6억9700만원인데 현재 6억4500만원으로 할인분양 홍보 중이다. 같은 평수 조합원 분양가는 3억원대다.

해당 단지는 신용동현대주택지역조합(시행사)이 지난 2014년 12월 1차 조합 모집을 시작했다. 이후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 10년 만에 완공했다. 해당 단지는 지하 2층, 지상 29층 총 19개동 1647가구로 조성됐다. 이달 내로 사전 점검이 예정돼 있고, 내달 26일이 입주다.

통상 지주택 사업은 저렴한 분양가에 가입이 쉽다는 조건 때문에 진입하기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공사 진행과정에서 추가분담금 문제를 놓고 잡음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사업이 아예 중단되거나 상당기간 지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역 일대에선 ‘지주택 성공사례’로 통했다.

하지만 치솟는 공사비에 분양 참패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발목이 잡혔다. 해당 단지는 작년 일반 분양 206가구에 대해 분양에 나섰지만 성적표는 참담했다. 비슷한 시기에 첨단3지구 제일풍경채가 3억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면서다.

시행사측은 이에 따른 추가분담금 76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조합 측에 고지한 상태다. 시행사 대표는 “입주 전까지 (남은 물량을) 최대한 많이 팔아서 추가분담금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원들은 작년에도 추가분담금 3000만원을 지급한 바 있고 또 내라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A씨는 “작년 추가분담금도 정말 어렵게 마련했는데 눈 앞이 캄캄하다”며 “남은 물량을 소화하면 분담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요즘 같은 어려운 시국에 아파트가 팔리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공사비 증가분, 미분양 부담분이 결국 조합원에게 추가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전가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이 없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하락해 12주 연속 감소했다. 광주 지역도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업계에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입주시점에 공사비 전체(잔금)를 온전히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일부 추가 분담금을 내는 정도로는 또 공사가 원만하게 진행이 될 수가 없다”며 “아파트를 다 지었으니 결국 그만큼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했다.

통상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추가분담금을 내지 못하는 조합원 물량은 계약 해지를 진행한다. 이후 시장에서 일반 분양 물건으로 팔면 당초 계약금 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그만큼 이익이 남는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조합원 계약해지 물량을 일반 분양으로 내놓더라도 수분양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방 부동산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건설사의 한 임원은 “할인 분양은 통상 시공사와 시행사 합의 하에 추진한다. 싸게라도 내놓아서 손실분을 막자는 취지일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인 분양이라도 해서 투자한 돈 일부라도 회수하자는 자구책”이라고 했다.

다만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공사비 미납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반 분양이 전부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전체적으로 자금 회수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저희는 시공사로서 책임 준공의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조합이나 수분양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주택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지주택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2014년을 전후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당시 몇몇 대형사들이 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이 이번 사업에 뛰어든 시기와도 일치한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는 지주택 조합원을 모집하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김진우 법무법인 차원 대표변호사는 “지주택이 조합원을 유인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대형 건설사의 시공 가능성을 피력하는 것”이라며 “통상 시공사는 사업 초기 업무협약(MOU)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시행사 입장에선 조합원을 끌어모으는 방책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차적 책임은 지주택 조합에 있지만 시공사 역시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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