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나와 수술했는데 이제 보니 효자네요"…산모들 '희비 교차'

김지성 기자 2024. 2. 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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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 보니 효자가 따로 없네요."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30대 산모 김모씨는 최근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 사태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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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 산모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아이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 보니 효자가 따로 없네요."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30대 산모 김모씨는 최근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 사태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분만 예정일보다 이른 37주 4일 차에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원래 이달 29일이 예정일이일있는데 16일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았다"며 "그보다도 4일 더 일찍 나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그 이후 (진료 중단으로) 응급 외에는 수술이 어렵다는 뉴스를 접하고 아이에게 괜히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대규모 진료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아이를 낳은 이들은 안도하는 반면 출산을 앞둔 만삭의 산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다음 달 출산을 앞둔 강모씨(31)는 "전공의 파업 영향을 받지 않는 로컬 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지만 산모의 과다 출혈이나 신생아의 호흡곤란 등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남 일 같지 않다"며 "만약의 상황에 적절한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산모는 이모씨는 "마지막 달이 되면 수술 일정을 잡아 놓고도 몸 상태에 따라 응급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의료 파업으로 불안감이 커졌다"며 "예정일은 가까워져 오고 의료 파업 소식은 계속 들리니 수술이 가능한 개인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이 아닌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 조산이나 노산, 역아, 그 밖의 이유로 고위험군에 속한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작스레 지역 병원으로 병원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임신·출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요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진료와 수술 일정에 차질이 없는지 묻는 게시글이 수십개 올라왔다. 이번 진료 중단 사태로 수술 일정에 변동이 생기거나 불확실성이 커져 전원을 고민하는 산모들도 적잖았다.

임신 38주차에 출산했다는 한 산모 "갑작스러운 의료 파업에 예정일보다 앞당겨 사흘간 유도분만을 시도했다"며 "결국 실패해 생각지도 않은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고 썼다.

산모들은 한목소리로 의료 공백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아이와 산모,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출산 예정인 문모씨(32)는 "출산은 아기와 산모 2명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면 위급한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사자인 산모뿐 아니라 남편, 가족까지 모두 걱정이 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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