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수준인데…" 日국대·탈삼진왕 '마운드의 철학자'는 어떻게 시카고를 사로잡았나

신원철 기자 2024. 2. 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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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나가 쇼타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중학생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있게 영어로 말한다. ⓒ 컵스 SNS
▲ 이마나가 쇼타.

[스포티비뉴스=메사(미국 애리조나), 신원철 기자] "헬로 시카고!" 이 한 마디로 이마나가 쇼타는 시카고 컵스의 신인인데도 프랜차이즈 스타에 버금가는 존재가 됐다. 입단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인삿말이 팬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이마나가는 지난달 1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입단 소감으로 마치 평생 컵스에서 뛰었던 선수 같은 대우를 받았다. "헤이 시카고! 왓 두유 세이? 컵스 고너 윈 투데이." 이 말이 끝나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이마나가의 인삿말은 'Go Cubs Go'라는 컵스 팬들이 즐겨부르는 노래 가사에서 따왔다.

컵스 팬들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전통있는 노래를 자기소개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팬들은 그의 진심을 느꼈다. 게다가 과거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일본인 선수들을 통틀어도 영어 실력이 돋보인다는 점 또한 주목받았다. 19일에는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 앞에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 동료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마나가의 입단식 자기 소개

"나는 이마나가 쇼타입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서 8년 동안 뛰었습니다(I'm Shota Imanaga. I Played Yokohama DeNA Baystars 8years)."

"컵스 소속으로 이곳에 올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나를 영입한 컵스 구단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리글리필드에서 던질 날이 기대됩니다(I'm Very Happy To Be Here and Be a CUBS. I Want To Say Thank You To Entire Cubs Organization For Having Me and I'm Very Excited To Pitch At Wrigley Field)."

"팬과 동료들을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고 컵스 고!(I'm Looking Forward To Meeting Fans and Teammates. Go CUBS Go!)."

▲ 이마나가 쇼타에게 18번 유니폼을 입혀주는 제드 호이어 사장.
▲ SPOTV와 인터뷰하는 이마나가 쇼타. ⓒ SPOTV

연구하고 공부하는 선수로도 유명해 '마운드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다운 모습이다. 이마나가는 21일 SPOTV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어 실력을 '중학생 수준'으로 정의했다.

그는 "그동안 딱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내 중학생 수준의 영어에 모두가 웃어줘서 기분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입단식에 준비한 영어 자기 소개에 대해서는 "그건 전날 두 시간 정도 읽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문장을 만들고, 입단 기자회견 시작하기 직전까지 그 종이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마나가는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그런데 다른 구단에서는 그보다 2배 가까운, 1억 달러 안팎의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존 헤이먼 기자의 주장이다. 이마나가가 입단식부터 팬들의 마음을 저격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 따르는 곳을 찾아갔다.

그래서인지 이마나가는 늘 즐거운 얼굴로 동료들과 대화하며 하루 일과를 보냈다. 그는 "이렇게 좋은 날씨에서 매일 기분 좋게 훈련하고 있다"며 "새로운 팀에 왔기 때문에 뭔가 '프레시한' 마음으로 매일 야구장에 오고 있다. 매일이 아주 즐겁다"고 밝혔다.

▲ 이마나가 쇼타 ⓒ 컵스 SNS
▲ 이마나가 쇼타 ⓒ 컵스 SNS

마침 컵스에는 입단 3년째를 맞이하는 스즈키 세이야도 있다. 나이는 스즈키가 1살 어리다. 대신 스즈키는 고졸 입단으로 대학교까지 마친 이마나가보다 프로 데뷔도 빨랐고, 메이저리그 진출 역시 앞섰다. 이마나가는 "정말 도움이 된다. '퍼니가이'라서 라커룸에서도 분위기를 잘 끌어올려준다.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일본인 선발투수들은 모두 5인 로테이션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마나가 역시 지금까지는 6인 로테이션에 익숙한 상태다. 이마나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역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5일 로테이션이 가능하도록 확실히 준비할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나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험했던 일본과 미국의 장비, 기술 차이에 대해서는 "미국 쪽에 최신 기기가 갖춰져 있다. 내 공의 상태를 눈으로, 숫자로 가시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 그레이트까지는 아니어도 굿으로 가는 방법은 어떨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 이마나가 쇼타.

컵스는 2020년 와일드카드시리즈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은 71승 91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2022년은 74승 88패로 지구 3위, 지난해는 83승 79패로 지구 2위에 올랐는데 승률에서 밀려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이마나가는 컵스에 4년 만의 가을 야구를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올해 컵스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작년 컵스는 조금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함께 안고 우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모두와 함께 갖고 있다. 그 목표로 가는 한 조각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마나가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고. 그 선수들과 맞대결한 적도 있다. (이정후와 김하성은)정말 훌륭한 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미국에서 그 선수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이마나가 쇼타(오른쪽)와 통역. ⓒ 신원철 기자

한편 이마나가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뛰면서 165경기에 나와 1002⅔이닝을 투구했고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년차 징크스는 대신 '3년차 징크스'가 심하게 왔다. 2018년 23경기 4승 11패 평균자책점 6.80에 그친 뒤 비시즌 호주 프로야구에서 재정비에 나섰다. 그리고 2019년 25경기 13승 7패 평균자책점 2.91의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148이닝 174탈삼진으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즈→LA 다저스 이적)를 넘어 양대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다. 3월 열린 WBC에서는 미국과 결승전에서 선발투수를 맡아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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