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백·금 증정에 다단계까지…미분양 마케팅 新풍속도[부릿지]

김효정 기자, 김아연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4. 2. 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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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위험 수위(6만2000가구)를 넘어선 6만2489가구로 집계됐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857가구, 수도권 미분양 주택도 1만31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미분양 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건설사들은 눈물의 '미분양 떨이'에 나섰다. 분양가 할인에 현금 페이백이나 무상옵션 제공 등은 기본이고 시세가 떨어질 경우 아파트를 되사주는 환매 조건에 계약을 성사시키면 인센티브를 주는 'MGM(Members Get Members)' 방식까지 등장했다. 잔여 물량을 해소하려는 건설사와 분양 대행사들의 미분양 마케팅을 부릿지가 정리해봤다.


'미분양 무덤' 대구, "계약하면 금 한 돈 드려요"
미분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에서는 여전히 분양가 할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준공 예정인 대구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계약자에게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함께 3500만원의 계약축하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계약시 금 한돈을 증정한다고도 나와있는데요. 문의해보니까 아쉽게도 이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견본주택 방문만 해도 제주도 여행권을 준다고 해요.

울산에서는 원금 보장 조건을 내건 단지가 나왔습니다. 울산 북구 신천동 '유보라 신천매곡' 이야기인데요. 계약금, 중도금 무이자는 물론이고 계약 후 입주예정일인 내년 7월까지 집값이 하락하면 계약해제와 계약원금 반환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초기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약금을 1000만원(1차/분납) 정액제로 받고 추가옵션도 일부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리더스 뷰'는 잔여물량에 대한 환매조건부 분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단지의 입주시기는 2026년 8월인데요. 이 입주시점에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다면 사업 주체가 아파트를 되사주는 조건을 내건거죠.

주거용 오피스텔인 이 단지는 전용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11억48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는데요. 분양계약자의 손실을 최소화해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고 물량을 해소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계약축하금 지원,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에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등 옵션도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물량 해소를 위해 다단계 마케팅을 내세운 단지도 있습니다.

경기 광명시 광명5구역 재개발 단지인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부릿지가 임장했던 단지죠? 북광명뉴타운 유일 초품아 단지로 완판 기대감이 높았던 곳인데요. 1.5룸인 34㎡A와 39㎡A가 높은 분양가에 발목을 잡혀 완판에 실패했습니다.

조합은 지난달부터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접수 대신 분양대행사를 통해 잔여 세대에 대한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을 시작했는데요.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MGM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MGM은 Members Get Members의 약자로,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해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다단계식 마케팅 방법입니다.

분양대행사는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해당 아파트 계약을 알선할 때마다 건당 20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위험수위' 넘어선 전국 미분양 주택
최근 미분양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수도권 아파트까지 이런 마케팅에 나섰을까요.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2489가구입니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넘어섰죠. 전월(5만7925가구)에 비하면 약 8%(4564가구) 증가한 수준인데요.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건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월(1만465가구) 대비 3.7%(392가구) 증가한 1만85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수도권도 심각합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 대비 43.3%(3033가구) 증가했습니다.

여전히 시장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 가구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1.10 대책을 통해 전용85㎡·6억원 이하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할 경우 세제 산정 주택 수에서 해당 주택을 제외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또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분양가나 입지, 구조 등에서 팔리지 않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제안이 아니라는 거죠. 또 미분양 주택의 공공매입 방안은 건설사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 증가는 PF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도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면 자금 회수와 융통이 막히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죠. 미분양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동네도 슬럼화되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더 파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단지들도 나올 수 있겠죠.

비어있는 새집이 늘어나는 대한민국.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부릿지가 놓치지 않고 전해드리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효정
촬영 김아연 PD
편집 김아연 PD
디자이너 신선용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김아연 PD ayeon_28@mt.co.kr 신선용 디자이너 sy05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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