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신나게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일’ 찾아야

관리자 2024. 2.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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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며 자신의 집을 한달 살기, 일년 살기 방식으로 임대하는 지인이 있다.

한달이나 일년을 재미나게 살아보겠다며 오지만 실제 알차게 보내고 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귀촌할 때는 내가 푹 빠져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아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마당에 나무 심고 풀 뽑는 일도, 창고를 만들고 고치는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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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마을·땅·집]
(8) 두가지 필수 C(콘텐츠·커뮤니티)
‘혼자 잘 노는 법’ 익혀야 외롭지 않아
재밌는 일 공유땐 좋은 동아리 생겨

“좋은 콘텐츠가 좋은 커뮤니티를 낳는다!”

제주에 살며 자신의 집을 한달 살기, 일년 살기 방식으로 임대하는 지인이 있다. 한달이나 일년을 재미나게 살아보겠다며 오지만 실제 알차게 보내고 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주변을 여행하며 좋은 음식점과 카페를 찾아 맛난 음식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재미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곧 따분함을 느낀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온 경우는 싸워서 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사람은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전화해 놀러 오라 애걸하기도 한다.

며칠 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귀촌 프로그램 강의를 부탁받고 갔다. 쉬는 시간에 퇴직하기까지 일년 남은 공무원이란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귀촌하려고 강원 평창에 집을 하나 얻어 살고 있는데 밤이 무섭다는 것이다. 낮에는 동네 마실이라도 다니는데, 밤이 되면 할 일이 없어 미치겠다고 한다. 시골 마을이나 면 소재지는 물론이고 읍 소재지도 초저녁만 되면 불빛을 보기 힘들다.

“도시에서는 잠이 안 오면 운동장에 나가 걷기라도 하고, 친구를 만나 동네 호프집에서 술이라도 마실 수 있는데, 시골에서는 정말 할 일이 없어요. 밤이 왜 그렇게도 긴지 심심해서 못 살겠어요.”

누구든 좋은 땅을 사서 좋은 집을 짓고 귀촌해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재미있고 가치 있게 잘사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을 높여 보람 있게 살려면 반드시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할 때는 항상 일이 있고 바쁘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도 불러내면 심심한 시간을 채워주는 친구도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렇지 않다. 혼자 잘 놀아야 한다. 막연하게 생각할 때는 할 일이 많을 것 같지만 막상 귀촌해보면 그렇지 않다. 재미를 못 붙이면 금방 힘든 노동이 되고 싫증 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귀촌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은 취미부터 자기 개발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악기 다루기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힘든 일을 하기는 싫은 심심한 귀촌자가 많이 찾는다. 이번엔 글 쓰고 다음엔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다 보면 마음 맞는 친구라도 만들 수 있겠다 싶지만 그렇지 않다. 재능이 안 따라주니 몸만 바쁘고 재미가 없다. 못 어울려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다.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지도 못하고 좋은 친구도 못 만들어 시간만 허비한다. 나중에 보면 안방에 도화지와 수채화 물감이 쌓이고 기타와 색소폰은 거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귀촌할 때는 내가 푹 빠져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아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마당에 나무 심고 풀 뽑는 일도, 창고를 만들고 고치는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콘텐츠가 있으면 함께 이야기하고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정보를 공유하는 이웃·친구·동호인과 어울리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 거기서 상품이 만들어지고 비즈니스가 돼 소득도 얻는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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