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동산 PF 규모 금융위기 두 배 200조원"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부동산 PF 위기는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업체들의 대량 부실과 이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사태의 발생원인과 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부동산 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PF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업체들이 대거 부실화됐다. 그 결과 금융기관 차원에서 PF 회수가 곤란해지며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부동산 PF 리스크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개발사업 현금흐름 문제가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최근 PF 대출 상환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회복에 애를 먹으며 금융기관으로 이 같은 부실이 전이되는 모습이다.
건산연은 보고서를 통해 금의 위기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의 총 규모는 100조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보다 2배 이상인 200조원 이상이다. PF 규모 자체가 과거에 비해 훨씬 큰 만큼 충격도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PF시장으로 금융참여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방식이 늘어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물 부문에서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호작용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과거와 달리 손실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위험이 집중돼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금융공급주체와 신용보강주체 모두 부실을 충분히 스스로 흡수하지 못하는 탓에 일부 부문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원가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시행주체와 건설사 입장에서 할인분양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가 건설업계에 요구해 왔던 이른바 '자구노력'이 별로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 PF 사태 해결을 위해선 향후 부실처리 과정에 예상치 못한 사태의 발생가능성에 대비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건설업체의 부도가 시작되면 금융기관들의 연체와 부실채권 잔액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신규 자금조달 니즈가 단시간에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자금 수요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여러 정책지원 수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PF의 부실 문제가 1차로 건설업체 부실에서 촉발되는 만큼 회생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장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도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활용했던 '직접 매입'은 아니더라도 세제혜택 강화 등을 통해 미분양리츠와 임대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분양이 심한 지역은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일부 부처에 분산 운영되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강화·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표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주도로 추진하는 체계로는 위기대응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관련 지방자치단체·감사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해 정상사업장에는 세제·금융 지원이, 부실사업장은 기한이익상실 선언과 부실자산 정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의 불안을 조기에 포착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위기가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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