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가 트렌드 ‘1인 가구’… 급증하는 소용량 가전과 식품
1000만 시대 앞둔 1인 가구
20대와 70대 비중 가장 높아
1인용 피자, 늘어나는 편의점… 70대 실버-케어 푸드 기대
그래서 밥솥 대신에 즉석밥을 사서 먹고, 식기세척기나 에어프라이어, 전기오븐, 정수기 같은 주방 가전은 결혼해서야 살 수 있는 혼수 용품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주방 가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소용량 사이즈의 가전이다. 1인용 전기밥솥부터 1.8L 에어프라이어, 설치가 필요 없는 미니 식기세척기, 물통형 정수기, 원룸형 냉장고 등 그동안 1인 가구는 범접할 수 없었던 주방 가전제품이 소용량으로 출시되면서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소용량은 가격도 저렴해서 고물가 시대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유로 2, 3인 가구 중에서도 소용량 가전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 1인 가구 비중은 6.9%였지만 2022년엔 무려 34.5%로 증가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혼자 산다는 이야기다. 1인 가구는 현재 994만5600가구로 곧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을 살펴보면 29세 이하가 19.2%, 70세 이상은 18.6%로 20대 청년층과 70대 이상의 노년층이 1인 가구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글턴(Singleton)’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혼인율 하락, 이혼율 증가, 고령화로 인한 배우자 사망 등 여러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에는 학업이나 취직 때문에 홀로 사는 것이 아니면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청년층 1인 가구는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결혼은 언제 하니’ 등의 불편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최근에는 개인화 시대를 넘어 핵개인화 시대로 변모해 혼자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1인 가구는 독립적이면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치는 경우도 많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의식주 전반의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원룸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목마다 있는 무인 빨래방, 혼밥 식당, 1인용 배달 음식, 한 끼 스테이크, 한 끼 삼겹살,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생선구이, 세척 과일 등 소포장 식료품과 편의점의 마트화 등 다양한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만 가도 1인 가구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상품 중 하나는 8인치 미니 냉동 피자이다. 8인치면 토르티야 한 장 사이즈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지만 성인 남자 1인 기준으로 가장 적절한 크기다. 피자 전문점에서 피자를 주문하면 최소 2, 3인이 함께 먹어야 하는 사이즈이고, 2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은 부담스럽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 냉동 피자는 개당 4000∼5000원 수준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면 남는 것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식품 회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존에 있던 제품을 소용량으로 리뉴얼해 출시하고,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주류도 375mL 사이즈로 만들어 편의점에 적극 납품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할 점은 70대 이상의 1인 가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 비중에서 70대 이상이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은 부족한 편이다. 배달 음식에 익숙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이들이 건강하면서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실버 푸드’와 ‘케어 푸드’가 더 많이 출시되기를 기대한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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