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값 내렸는데 두부값은 왜 올라?

정유미 기자 2024. 2. 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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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콩 도매가 3년간 5% 하락 때 22~49% 슬금슬금 인상
제품 다양, 비교 불가 악용…포장 바꾸고 용량 줄이는 꼼수 동원
정부 물가안정 대책 비웃듯 풀무원 등 식품업계 교묘히 값 올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두부 가격이 소리 소문 없이 오르고 있다. 두부 제품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른 것은 물론, 용량이 줄었거나 겉표지를 살짝 바꾼 값비싼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만 두부 가격을 2차례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 소매가 기준으로 풀무원 소가찌개두부(300g)의 경우 2019년에는 1300원이었지만 2022년 1590원으로 22.3% 올랐고, 소가부침두부(300g)는 같은 기간 1400원에서 1700원으로 21.4% 인상됐다. CJ제일제당의 부드러운 찌개두부(300g)는 2019년 1180원에서 2022년 1590원으로 34.7% 올랐고, 대상의 종가집 찌개두부(300g) 역시 2019년 1000원에서 2022년 1490원으로 49% 인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두부의 주재료인 콩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산 콩(백태·흰 콩) 도매 가격은 2021년 40㎏당 평균 25만6515원이었지만 2022년 23만원대로 하락했고 지난해엔 19만6500원, 올해 들어서도 19만525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의 두부 제품 가격인상 방식도 논란이다.

통상 두부 1모 하면 500g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시중에 판매되는 두부는 100g, 200g, 300g, 320g, 350g, 420g 등으로 용량이 줄어 값이 올라도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신상품의 경우 포장지 제품명에 접두어 ‘특등급’ ‘느리게 만든’ ‘한끼몽글’ ‘네컵’ ‘네모’ ‘두컵’ ‘양념이 잘 배는’ 등을 넣고 있지만, 사실상 가격이 비싼 제품들이다.

실제 국내 1위 두부업체인 풀무원은 홈페이지에서 부드러운 찌개용 두부(380g)는 4550원, 국산콩 투컵 두부(320g·찌개용)는 4600원, 하이프로틴 두부(200g)는 3480원, 한끼몽글 순두부 맑은순두부탕(269g)은 3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식품업체를 압박하자 두부 용량을 줄이거나 포장만 바꿔 신제품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부 가격은 따로 인상 고지를 할 필요가 없는 데다 수천가지나 되는 두부 제품 가격을 전수조사하기가 힘들어서다.

또 용량과 포장지를 달리해 신제품으로 내놓을 경우 가격 인상 여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하는 ‘참가격 정보’만 보더라도 두부 제품은 겨우 3~4개에 불과하고 상품명과 판매점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데다 가격 비교 기간도 짧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부도 g당 단위가격 의무표시 품목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정부는 고물가시대 식품업체들이 교묘히 두부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보다 강력한 감시체계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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