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이고 고급강 생산… “2030년 ‘꿈의 기술’ 상용화” [창간35-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정재영 2024. 2. 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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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50년’ 준비하는 포스코
철광석 ‘철로 환원’ 때 화석연료 사용
석탄 대신 수소 이용 기술 개발 나서
연산 30만t 시험설비 2027년까지 준공
“철강사 세계 1위 14년 연속 지켜내
수소환원제철로 두 번째 신화 쓰겠다”
‘2050 탄소중립’ 달성 위한 계획 착착

“‘HBI(Hot Briquetted Iron)’는 수소환원제철로 가는 과정에 쓰이는 중간 원료로서 고급강 생산 시에도 필수라서 외국에선 ‘퓨어’나 ‘버진’으로 불린다.”

14일 포항제철소 한쪽에 철 스크랩(고철), 슈레더(분쇄) 고철 등과 구분돼 수북하게 쌓인 5만t 규모의 HBI에 대해 최재원 포스코 스크랩밸류혁신섹션 리더는 이렇게 설명했다. 조개탄 일종으로 보이는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을 680℃ 이상 고온에서 압착해 만든 고급 DRI다.
최재원 포스코 스크랩밸류혁신섹션 리더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DRI)을 680℃ 이상 고온에서 압착해 만든 HBI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재영 기자
통상 철강제품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되는 이유는 철광석(Fe2O3)을 철(Fe)로 환원시킬 때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쓰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는 철광석과 반응해 산소(O2)를 떼어내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철강업계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주목되는 배경이다.

철강제품 생산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차단하려면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환원제가 필요하다.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H2)는 물(H2O)이 발생한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포스코도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Hydrogen Reduction)를 개발 중인데, 상용기술 개발은 2030년 전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리더는 “기술 상용화 검증이 끝나도 설비 전환 및 신규설비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에 탄소중립 전환기 기술로, 고로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저탄소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공정기술인 ‘브리지(Bridge)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쓰이는 게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없앤 DRI다. DRI를 굳이 압착해 HBI를 만드는 건 공기 중에서 산소를 만나 산화할 경우 열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어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DRI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등급을 나눠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된 원료라서, 고로에 넣으면 환원에 쓰일 석탄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쇳물 1t 생산 시 HBI를 100㎏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약 100㎏ 줄이는 효과가 있다. HBI는 잔류성분이 적어 자동차 외판재, 전기강판 등 고급강 제조에도 쓰인다. HBI를 쓰면 철강 품질을 높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최 리더가 “비싼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했을 정도다.

포스코는 고로에 HBI를 넣더라도 그 형상과 성질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원료 투입 방법 등도 연구하고 있다.
파이넥스 첫 출선 장면
포스코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고창국 수석연구원은 수소환원제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수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법 등을 찾고 있다”며 “수소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연구원은 전 세계에 두 대뿐인 ‘연속측정식 고온고압 유동환원로 시뮬레이터’에 대해 “광석이 담긴 반응기에 수소가 불어넣어졌을 때 분광(가루형태 철광석)이 적절하게 뜨는지 상온에서 먼저 확인한다”며 “이후 고온에서 분광이 환원되는 과정을 무게 변화를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저울이 추가된 장치”라고 소개했다.

포스코는 2025년 광양제철소에 대형 전기로를 신설해 탄소배출 저감과 고급강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통상 전기로는 이미 사용하고 난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반 고로의 25% 수준이다.

포스코는 아울러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t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를 준공해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파이넥스 유동환원로의 일산화탄소에 수소가 일부 혼합되어 있는 방식을 100% 수소로 전환하기 위해, 유동 환원 조업이 기존 파이넥스와 어떻게 다른지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HyREX 데모플랜트 실험 모습
수소환원제철 전용의 신전기로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화석연료로 만든 DRI는 탄소가 소량 함유돼 있다. DRI에 탄소가 함유되면 철의 녹는점이 1538℃에서 200~300℃ 낮아져 용융이 쉬워진다. 반면 100% 수소로 생산한 DRI에는 탄소가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용융이 어렵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기로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전기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1992년 파이넥스 기술 개발을 시작, 2007년 상용화 이후 현재까지 파이넥스 공장에서 누계 3400만t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 개발과정 중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2025년부터 시험 단계에 돌입,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50년 전 종합준공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강사(14년 연속 1위)로 성장하면서 첫 번째 신화를 완성했고,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두 번째 신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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