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의 공공발레단 창단… ‘서울시발레단’ 첫 발 뗐다

이태훈 기자 2024. 2. 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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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시립 이어 국내 3번째 공공 발레단
예술감독·단원 없이 ‘시즌 무용수’ 선발 운영
클래식 대신 컨템퍼러리 지향… 4월 첫 공연

“시장에 취임하면서 몇 가지 목표, 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꿈 중의 하나가 이뤄지는 즐거운 날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컨템포러리 공공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을 창단한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 만에 세번째로 창단되는 공공 발레단이다.

오 시장은 “많은 한국인이 최고 최초 최연소 타이틀을 휩쓸며 세계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발레의 저변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시민들도 발레를 좋아하는데 공연 횟수는 턱없이 적고 티켓값은 비쌌다. 서울시발레단이 단비가 돼 시민들의 발레 갈증을 해소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향이 야프 판 즈베던 예술감독과 함께 제2의 도약기를 맞았고, 오늘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을 서울의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문화도시 서울은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하며 새 지평을 여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창단 초기 운영은 공연 제작 역량을 갖춘 세종문화회관이 맡으며, 연습실 등 제반 시설은 오는 9월쯤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들어선다. 그 전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을 다른 서울시 예술단체들과 함께 사용한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및 안무가, 무용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창단공연 ‘한 여름밤의 꿈’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시발레단 운영을 맡은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창단 공연 일정도 밝혔다.

먼저 오는 4월 26~28일 창단 전 공연으로 ‘봄의 제전’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성수 한예종 교수의 안무작 ‘로즈(Rose)’, 전 국립발레단 단원 유회웅 리버티홀·리버티발레 대표 안무작 ‘노 모어(No More)’, 블랙토 컨템퍼러리 발레 컴퍼니 안무가 이루다 안무작 ‘볼레로 24′ 등 세 작품을 한 번에 무대에 올리는 ‘트리플 빌’.

이어 8월에는 미국에서 컨템퍼러리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 교육자로 30여년 활동해온 주재만 미 펜실베이니아 포인트파크대 교수가 연출과 안무를 맡아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 교수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복잡한 인간 관계, 사랑하고 갈망하고 행복하고 슬퍼하는 순간군간이 가진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깊은 상상력과 복잡하면서도 깊은 인간미가 표현되는 아름다운 작품을 저만의 컨템포러리 스타일과 비전, 상상력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했다. 서울시발레단은 10월에도 한 차례 더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단원없이 ‘시즌 무용수’제 첫 시도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 참석한 2024 시즌 무용수들. 왼쪽부터 박효선, 남윤승, 원진호, 김소혜, 김희현. /뉴스1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 위주로 운영되는 가운데, 서울시발레단은 컨템포러리 발레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안호상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 9월부터 본격 창립 실무 작업에 들어가 세계 발레의 흐름과 발레단 운영 형태와 방안, 레퍼토리와 안무가 풀 등을 조사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세계적 발레 흐름도 클래식 발레와 현대 발레가 5대 5가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0여년 검증된 컨템포러리 레퍼토리가 엄청나게 축적돼 있는데 관객은 그 중 일부만 경험할 수 있었다. 서울시발레단은 새로운 발레를 압축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로 선발된 5명과 4월 창단 사전 공연의 안무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예술감독과 상주 단원 없이 ‘시즌 무용수’를 선발해 객원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 프로젝트별 맞춤형 프로덕션을 꾸리는 시스템도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첫 ‘시즌 무용수’ 5명은 김소혜(34) 전 뉴욕 페리댄스 컨템포러리 무용단 정단원, 김희현(37) 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경희대 무용학부 발레학과에 재학중인 남윤승(22), 박효선(35) 전 국립·유니버설·워싱턴발레단원, 원진호(33) 전 올란도 발레단원 등이다. 안호상 사장은 “지원자 129명 중 1차 심사에서 52명이 통과했고 마지막에 5명을 모셨다”며 “오디션에 직접 참여한 안무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맞는 무용수를 선택했고, 가장 많은 작품에 픽업된 무용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시즌 무용수 선발은 9월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단장과 정년 보장 단원 중심인 기존 공공예술단의 경직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예술감독과 단원이 없으면 발레단의 정체성을 만들고 레퍼토리를 축적해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안호상 사장은 “예술감독 체제를 궁극적으로 지향하지만 창단 시점에 맞춰 예술감독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1~2년 운영하면서 국내 관객 반응과 선호를 봐가면서 선택하는 게 안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신 가능한 일찍 안무가를 선정해 자신의 예술적 색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 사장은 또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나간 발레 무용수들이 솔리스트급만 100명이 넘고 전체로는 200명 이상이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활동 중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이점도 있겠지만, 사실 국내에서 자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대를 더 많이 만들고 다양한 작품을 준비해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이 국내 무용계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본다. 시즌 무용수 제도를 통해 더 많은 무용수한테 기회가 갈 수 있다”며 “관객도 새로운 작품에 대한 취향을 발견해 관객층이 두꺼워지면 긍정적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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