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알려진 것보다 150년 일찍 썼다

이정아 기자 2024. 2. 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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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상인이던 비안키니가 사용
더 쉽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계산 가능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천문학자 지오반니 비안키니가 황제 프리드리히 3세에게 자신의 저서를 선사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마이스터드룩

인류가 소수점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가 그간 알려졌던 것보다 150년이나 더 빨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1593년 독일에서 소수점을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그보다 이른 르네상스 시대인 1440년대 이탈리아에서 낸 논문에서 소수점이 발견된 것이다.

글렌 반 브루멜렌(Glen Van Brummelen)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대 자연및응용과학부 학장(수리과학부 교수)은 1440년대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이자 수학자였던 지오반니 비안키니(Giovanni Bianchini)가 만든 논문에 소수점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인류 최초로 소수점을 사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학자이기 이전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던 상인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독일 수학자인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Christopher Clavius)가 1593년 천체들의 위치와 시간을 나타낸 장치인 ‘아스트롤라비움’에 최초로 소수점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루멜렌 학장은 비안키니가 1440년대에 낸 논문(Tabulae primi mobilis B)을 검토하던 중 10진법과 함께 소수점을 발견했다.

이 논문에서 비안키니는 소수점이 들어 있는 숫자인 10.4를 소개하고, 여기에 8을 곱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10.4에 8을 곱하는 방법과 완벽히 일치했다.

브루멜렌 학장은 비안키니가 다른 동료 수학자, 천문학자와 달리 상인이었기 때문에 기초적인 수학보다 경제적인 교육을 먼저 받았고, 더 쉽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셈을 할 필요성이 컸던 덕분에 이러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바빌로니아 때 문화를 받아들여 60진법을 사용했다. 10진법에서 10 다음에 다시 1부터 시작하는 11이 나오듯이, 60진법에서는 60이 지나야 두 번째 1이 나온다. 1시간이 60분, 1분이 60초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60진법에서는 곱셈 같은 연산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당시 학자들은 사칙연산을 하기 위해 숫자를 가장 작은 단위로 바꾼 다음에 계산하고 다시 원래 숫자로 바꿔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상인과 회계사들은 실제 도량형을 이용해 계산하는 방법을 익혔다.

브루멜렌 학장은 상인이었던 비안키니가 빠르고 정확하게 셈을 하기 위해 10진법을 사용했고, 1을 10단위로 나눈 소수점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그는 발의 길이를 10개 단위(운티에·untie)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10개의 단위(미누타·minuta) 나눴다. 1 미누타는 다시 10개 단위(세쿤다·secunda)로 나눴다.

또한 비안키니는 천문을 설명하기 위해 소수점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구 표면에 있는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기 위해 구면삼각법을 이용했다. 구면삼각법은 변과 각의 관계를 삼각함수를 이용해 나타내는 방법이다. 비안키니 역시 각도를 60진법에 따라 나눴지만 천체 간의 거리를 10분의 1, 100분의 1 등 소수로 설명했다. 즉, 서로 다른 값을 비교하거나 계산할 때 소수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당시만 해도 학계 전체를 바꿀 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브루멜렌 학장은 “당시 비안키니의 소수점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유는 10진법이었기 때문”이라며 “60진법이었던 당시의 모든 체계를 바꿔야 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150년 뒤에는 10진법이 널리 사용됐고 천문학자들이 점점 더 작은 단위에서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안키니의 소수점이 사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루멜렌 학장은 “비안키니는 상인으로서 이슬람 지역을 비롯한 다양한 곳을 여행했고 거기서 10진법이나 소수점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발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발견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약 150년 뒤 사람인 클라비우스가 비안키니가 남긴 업적을 보고 소수점을 차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세 차바스(José Chabás)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 천문학과 교수는 19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소수점을 사용하면서 훨씬 쉽고 효율적인 계산이 가능해져 현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 연구결과는 수학사 분야 국제학술지인 ‘히스토리아 마테마티카’ 17일자에 발표됐다.

비안키니가 소수점을 표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표. 출처 Glen Van Brummelen, 히스토리아 마테마티카

참고 자료

Historia Mathematica(2024) DOI: https://doi.org/10.1016/j.hm.2024.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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