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조회에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김수연 2024. 2. 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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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가 평판 조회를 의뢰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상자로부터 동의서와 지명 조회처 정보를 받는 것이다. 평판 대상자가 지정해주는 1~2인의 지명 조회처와 함께 서치를 통해 발굴한 1~5인의 비지정 조회처(무작위)로부터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종합적인 평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친한 사람이라고 나에게 좋은 조회처일까? 

얼마 전 평판 조회 대상자 A씨로부터 지정 조회처 2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 청취했다. A씨가 선정한 지정 조회처 중 한 명은 오래전 퇴임한 상사인데, 줄곧 ‘업무 역량이 매우 훌륭합니다’, ‘리더십도 아주 좋습니다’, ‘성격도 나무랄 데 없어요’, ‘매우 훌륭한 직원이니 잘 적어 주세요’라고 두루뭉술한 호평 일색이었다. 

좀 더 구체적 사례를 묻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어떤 이슈에 대해 질문하면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무조건 훌륭한 직원임에는 틀림없다’고 한다.

이럴 때 조회자는 난감하다. 보고서에 기술할 만한 의미 있는 내용이 거의 없는 탓이다. 보고서 내용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이 조회처로부터 의미 있는 내용을 끌어내지 못하여 보고서에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A씨는 그 조회처가 자신을 좋게 평가해줄 뿐 아니라 뒤탈이나 소문이 날 염려가 없이 안전하다고 여겨 선정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회 대상자 입장에서는 소중한 한 명의 지정 조회처를 잃게 된 셈이다. 

반면 나머지 조회처는 직전 회사의 경영기획부 후배 직원이었는데, 회사 입장에서 A씨가 어떤 면이 우수했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유관부서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협업을 잘했는지, 부하 직원들에게는 어떤 상사였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어떤 대표적인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객관적인 언어로 자세히 기술해 주었기에 의미 있는 내용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 쓸 말이 많았다!

이 조회처는 본인이 A씨의 지정 조회처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시간과 공을 들여 A씨 재직 시의 성과자료를 찾아서 준비했다고 한다. 덕분에 구체적인 숫자와 생생한 관련 사례로 풍부한 내용을 가진 평판 조회가 되었다.  

한편 또 다른 대상자 B씨는 비지정 조회처 뿐만 아니라 지정 조회처조차 난색을 보이며 답변을 거부했는데, 이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인상에 남는다.

‘B씨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입에 올리기 불편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는 강한 부정적 평판의 대표적인 답변 중 하나고 게다가 지정 조회처에서 이런 답변이 나왔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B씨는 그 조회처가 본인의 편이라고 여겼을 텐데, 주변인의 자신에 대한 평가에 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던 셈이다.  

◆평판 조회 시 후보자가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것은? 

평판 조회 수행의 앞 단계인 지정 조회처 선정은 후보자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다. 주로 본인과 사이가 좋고 소문을 내지 않을 만큼 믿을만한 지인을 선정하는 이들이 많다.  

다만 앞서 A씨처럼 무조건 친한 사람을 선정했을 때 의미 있는 조회 내용이 잘 나오지 않아 보고서에 쓸 말이 없는 일이 생긴다. 지정 조회처는 본인과 친한 사람을 선정하기보다 본인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성·정량적으로 두루 장·단점과 성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이가 누구일지 숙고하여 신중하게 선정하는 것이 좋다.  

본인과 같은 부서 외에 인사관리(HR)나 전략기획, 경영기획, 마케팅, 리스크 관리 등 밀접한 유관부서의 후배나 동료, 상사를 고루 선정하기를 추천한다.

영업 분야 종사자라면 동료보다 영업을 총괄하는 상사가 좀 더 큰 그림 속에서 후보의 역량을 더욱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 같다. 유관부서를 고려한다면, 영업 쪽에는 마케팅 또는 리스크 쪽 동료나 상사가 후보의 소통 역량과 의사결정 스타일 그리고 리더십 역량 등에 더욱 다각도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끝으로 강력한 탈락 사유가 되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직장 내 성희롱 발언’ 또는 ‘상사와의 심각한 불화’ 등에 대한 심각한 이슈나 소문이 있다면 이 이슈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알고 있고 사건의 맥락, 배경과 사후 처리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예전 감사부 직원 등을 조회처로 선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더라’라는 소문이 더 자극적이고 사실무근일 때가 잦고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소문을 갑자가 차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평판 조회 시 소문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만이 확인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평판 조회 잘하는 헤드헌터를 선정하는 것은 기업의 몫 

평판 조회는 조회자의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가 중요하므로 기업에서는 이를 수행할 헤드헌터를 신중하게 선정하는 것이 좋다. 선정 기준은 주로 풍부한 트랙 레코드와 해당 업계의 전문성 보유 여부 그리고 업데이트된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여부 등이다. 

헤드헌터가 조회처들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을 잘 끌어내지 못하거나 비지정 조회처를 충분히 발굴하지 못하여 평판이 편파적으로 나온다면 그 결과가 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보고서 작성단계에서 청취한 평판 내용을 세부 항목별로 범주화한 뒤 종합적으로 잘 정리하여 기술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후보자가 합격 후 문제를 일으키면 기업에도 큰 손해다. 적절한 질문 능력과 조회처 발굴 역량, 보고서 작성 스킬까지 두루 갖춘 알맞은 헤드헌터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헤드헌터가 자신이 수행하는 평판 조회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재 평가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평판 조회를 수행할 헤드헌터를 잘 선정하는 것, 그리고 후보자 입장에서는 지정 조회처를 잘 선정하는 것이 뒤통수를 맞지 않는 방법이다.  

정은주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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